정치 사회

드루킹, 체포 직전 "대선 댓글 진짜 배후 알려줄까?"

감투봉 2018. 4. 16. 08:23

드루킹, 체포 직전 "대선 댓글 진짜 배후 알려줄까?"

입력 : 2018.04.16 03:00

[댓글 조작 파문]

'방문 980만명' 파워블로거, 인터넷 카페·출판사 만들어 활동
대선 직후엔 "당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정치인은 김경수 의원"
親文세력 지지글 올리다가 인사청탁 거부당하자 文정부 비난

'민주당원 댓글 공작' 사건의 주범(主犯)으로 구속된 김모(49)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에 정치·경제 이슈에 관한 글을 올리며 친여(親與) 성향 파워블로거로 주목받았다. 인터넷에서 확보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현실 정치에 적극 관여하다 댓글 공작까지 벌인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인터넷에서 '드루킹'이라는 필명(筆名)으로 활동하며 신분을 철저히 숨겼다. 그는 2004년 '뽀띠'라는 필명으로 블로그 활동을 하다 2009년 네이버에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를 개설했으며, 2009년과 2010년 연속해서 '시사·인문·경제 파워블로그'에 선정됐다. 누적 블로그 방문자수는 지난달 980만명을 넘었다.

김씨는 2010년엔 주식·환율 등을 다룬 책 '드루킹의 차트혁명'을 출간했다. 김씨는 책에도 필명을 썼고, 자신을 '외환·상품선물 트레이더'이자 '개인투자가 겸 차티스트(Chartist)'라고 했다. 또 대림그룹 산하 고려개발 주식회사에서 근무했고, ㈜Venlux 상무이사, ㈜Lightworks 대표이사라고 경력을 밝혔다. ㈜Venlux는 2004년 조명기구 도·소매업을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2009년 해산 간주된 회사이고, ㈜Lightworks는 법인 등록이 되지 않았다.

김씨는 2014년 소액주주운동을 하겠다며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을 개설했다. 카페 소개에는 "동학농민혁명 꼭 120년째 되는 밤 '열린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을 만들었다"고 썼다. 이 카페 회원수는 2000명을 넘었는데, 경찰은 김씨가 댓글 조작에 이 카페 회원 아이디를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경기도 파주의 4층짜리 건물 중 1~3층을 임대해 '느릅나무 출판사'공동대표도 맡아왔다. 그러나 책 출판은 한 권도 하지 않았고, 법인 등록도 하지 않았다. 김씨는 이 출판사를 '산채'라 부르면서 유명 정치인들을 초빙해 '경공모 강연'을 열었다. 이를 통해 '드루킹 지지자'는 더 늘어났고 그의 영향력도 더 커졌다. 김씨는 사람들이 내는 강연 참가비로 월세를 충당했다고 한다. 또 부업으로 '느릅나무 플로랄맘'이라는 브랜드 비누를 만들어 팔았다. 김씨가 댓글 공작 작업장으로 쓴 곳도 느릅나무 출판사였다. 지난달 경찰은 김씨 일당을 이곳에서 체포했다.

민주당원 김모(49)씨가 3월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민주당원 김모(49)씨가 3월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드루킹’이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김씨는 페이스북에선‘Sj Kim’이란 아이디로 활동했다. /페이스북
김씨는 그동안 블로그와 소셜미디어에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親文) 세력을 지지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김씨는 작년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문재인이 시대정신을 실현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부패한 세력이 한데 뭉쳐 저항할 것"이라며 "두 눈 부릅뜨고 그를 지켜줘야 한다"고 썼다. 대선 사흘 전인 5월 6일에는 "문재인을 지지해달라고 한 사람 더! 전화해주십시오"라고 썼다.

김씨는 인터넷 댓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작년 1월 "온라인 여론 점유율이 곧 대통령 지지율"이라며 "지금 온라인에서 문재인 지지자들이 밀리니 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작년 7월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대선 앞두고) 댓글 추천을 어떻게 하고 네이버에서 어떻게 싸워야 되고 이런 내용을 얘기했다"며 "누가 평가해 주고 아니고를 떠나서 정권을 바꾸고 문재인이 당선되면 되는 것 아니냐. 결과적으로 대선에서 도움이 됐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년 12월엔 "자유한국당의 댓글부대 3000명이 맹활약한다"고 했다.

김씨는 댓글 관련 작업을 하면서 김경수 의원에게 이를 알리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대선 직후 김씨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로 들어가 친문세력은 리더를 잃었다. 당 중심을 잡을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정치인은 김경수 의원이라고 본다"며 김 의원을 칭찬하는 글을 수차례 썼다.

그러나 자신의 '인사 청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며 여권 정치인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김 의원은 "(김씨가) 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상당한 불 만을 품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작년 7월 트위터에 "드루킹을 건드리는 놈들, 진영을 가리지 않고 피똥 싸게 해주겠다"고 썼다. 지난 3월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엔 "2017년 대선 댓글부대 진짜 배후가 누군지 알아? 깨끗한 얼굴 하고 뒤로는 더러운 짓 했던 이들이 뉴스메인 장식하면서 니들이 멘붕하게 해줄 날이 '곧' 올 거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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