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탈선] 철도 전문성 따지는 것 자체가 난센스… 사장 자리는 총선용 발판
오영식 前사장 취임하자마자 해직자 65명 복직, 그 중 53명 특별승진
옛 철도청이 문을 내리고 지금의 공기업 형태로 코레일이 출범한 게 2005년 1월이다. 이후 모두 8명이 코레일 사장 자리에 앉았다. 철도청 출신, 철도대 교수 출신, 국토교통부 철도국장 출신 등 3명만 빼고 나머지 5명은 모두 철도와 아무 관련 없는 '낙하산 사장'이었다. 여당 낙선 의원, 경찰청장, 감사원 사무총장 등 코레일 사장이 되기 전까지 철도 관련 업무를 맡은 일이 전혀 없던 사람이 많았다. 코레일 안에서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있었다.
◇"총선 준비하기 좋은 자리"
정작 국토부 고위 공무원들 사이에서 코레일 사장은 그렇게 매력적인 자리가 아니다. 공공기관 경영 정보 사이트 '공공기관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코레일 사장의 연봉은 국토교통부 산하 다른 공기업보다 낮은 1억7000만원 수준이다. 인천공항공사 사장(2억5000여만원), 한국도로공사 사장(2억2000여만원)보다 5000만~8000만원 적다. 열차 사고가 날까 봐 긴장해야 하고, 민주노총 안에서도 강성으로 유명한 철도노조를 상대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실제로 낙하산 사장 5명 중 4명이 코레일 사장 재임 중 출마를 준비했거나 검토했다. 코레일 사장이 단 한 명도 임기를 못 채운 이유도 상당 부분 여기 있다. 정권 교체, 사고 책임 등을 이유로 임기를 못 채운 이도 있지만, 선거철이 다가와 사퇴한 경우도 많았다.
이렇다 보니 코레일 자회사에도 낙하산 인사들이 내려온다. 작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코레일과 자회사 5곳에 임원 37명이 임명됐는데, 이 중 35%인 13명이 이른바 여당이나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이다. 국토부 철도국장 출신 전직 고위 공무원은 "낙하산 사장이 전문성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낫겠지만, 자기 정치를 하다 보면 조직 나사가 풀릴 수밖에 없는 곳이 코레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이번 사고가 난 뒤에도 코레일은 "철도시설공단 탓이지 우리 탓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코레일은 KTX 강릉선 개통 후 선로전환기 오작동이 잇따르자 두 차례 점검을 했지만, 오작동 원인은 못 찾고 기름칠만 했다. 코레일은 이것도 "철도시설공단이 관리 권한을 넘겨주지 않아 제대로 점검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노조원들 "오영식 사퇴 반대"
지난 2월 오영식 사장이 취임한 후 코레일 직원들과 노조는 표정이 밝았다. 전대협 의장 출신 오 사장이 취임하면서 노조의 숙원이 하나둘 풀렸기 때문이다.
오 사장은 지난 2월 취임하자마자 과거 불법 파업으로 해고된 철도노조원 98명을 복직시키기로 결정했다. 이 중 실제로 복직한 직원은 65명이고, 그중 13명이 노조 전임자였다. 민경욱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6월 특별 승진한 63명 중 53명도 해고됐다 복직한 직원이었다. 7월에는 2006년 해고된 KTX 승무원 180여 명을 복직시키기로 결정했고, 8월에는 코레일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6769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철도노조는 오 사장 퇴임에 반대 분위기다. 이날 청 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오 사장의 사표를 반려해 달라"는 글이 올라와 오후 10시 현재 9400명이 동의했다. 노조 홈페이지에는 "이런 사장 다시 만나기 힘들다" "2만5000명 철도인에 가족, 친구, 지인까지 하면 20만 넘길 수 있다"는 글이 떴다. 전직 코레일 임원은 "지금 코레일은 사실상 철도노조가 회사를 이끌어갈 정도로 노조 천국"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