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공화국] [上] 공익요원들의 증언 "이런 공무원도 있더라"
#수도권의 한 국립대 사무국 직원 20여명 중 상당수는 일과 시간에 수시로 테니스나 탁구를 친다. 한여름·한겨울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점심식사 후 옷을 갈아입고 운동을 한다. 공무원들이 참여하는 체육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오후 2~3시쯤 나가서 퇴근 시간인 6시가 다 돼서야 들어오는 직원도 많다.
#강원도의 한 면사무소 직원 10여명은 지난해 7월 출근 후 단체로 술을 마시러 나갔다. 마을 주민들과의 친목을 다지기 위해서라는 것이 이유다. 사무실을 아예 비울 수 없으니 직원 2~3명만을 남겨놨다. 술 마시러 나간 직원은 대부분 다시 돌아오지 않고 현장에서 퇴근했다. 이날 이들의 근무 기록은 '정시 출퇴근' 또는 '출장'으로 적혔다.
◇감시 허점 파고드는 공무원들
공익요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공무원들은 세밀한 감시가 불가능한 구조적 허점을 철저히 파고든다. 가장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근무 관련 허위 기록이다. 출장을 핑계로 밖에 나가 한참 있다가 들어오거나 실제보다 퇴근 시각을 늦게 적어 야근 수당과 식비를 챙기는 것이 대표적이다. 인천의 한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공익요원 A씨는 "차상위 계층 등을 방문한다는 목적으로 출장 4시간으로 적어놓고 나가는데 실제 업무 시간은 1시간도 안 될 때가 대부분이어서 카페에서 놀다가 들어오기도 한다"며 "출장 4시간을 넘겨야 2만원의 수당이 나오기 때문에 그렇게 적는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의 한 시(市) 산하 센터에서 일하는 B씨는 "수당을 받으려고 주말에 사무실에 나오면서 '조용하게 영화 보기 좋다'고 하더라"며 "팀장이 직원들에게 '근무시간 충분히 여유 있게 적고 돈 더 타가라'고 독려하기도 한다"고 했다. 서울의 한 구청에서 일했던 C씨는 "어떤 직원은 매일 정시에 출근해 지문 인식을 하고서 밖에 있는 헬스장에 운동하러 갔다"고 했다.
◇"무분별한 공무원 증원, 결국 국민 부담"
근무시간에 수시로 업무용 PC로 영화·드라마를 보고, 인터넷 쇼핑을 하는 등의 딴짓은 흔한 일이라고 한다. D씨는 "민원인이 찾아오는 곳이어도 어차피 밖에서는 PC의 뒷면만 보이기 때문에 영상을 보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근무 태만도 모자라 업무 담당자만 처리할 수 있는 업무를 공익요원들에게 무리하게 떠넘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공인인증서로 아이디·비밀번호를 입력해 로그인할 수 있는 전용 '업무 처리 시스템'에서 해야 하는 일도 공익요원이 대신해줄 때가 잦다. E씨는 "보통 공익요원들 모니터를 보면 밑에 포스트잇으로 특정 직원들의 공인인증서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몇 개씩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며 "본인 고유의 업무까지 공익요원 들에게 시키려고 하는 것인데 시스템에 접속하면 일반인이 알면 안 되는 국민의 세세한 개인 정보가 모두 노출돼 있어서 유출 위험이 크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무분별한 공무원 늘리기로 업무량 대비 인력이 과도한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전국에 넘쳐난다"며 "국민은 이들의 인건비를 대느라 '국가부채 폭탄'까지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