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그동안은 잘못된 관행"… 참여연대 "납득 어렵고 궁색한 사유"
조국도 아내 공소장 국회 제출… 피의사실 공표죄, 기소 후엔 성립 안돼
전직 검사장 "추장관, 법치수호 아닌 정권수사 방탄에만 몰두"
추 장관은 5일 정부 과천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공소장 비공개 결정이 국민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질문에 "그동안 의원실에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곧바로 언론에 공소장 전문이 공개되는 잘못된 관행이 있어 왔다"고 했다. 법무부는 설명 자료를 통해 "재판 절차가 개시되기도 전에 공소장 전문이 공개되어 온 것은 헌법상 보장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추정 원칙을 비롯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검찰이 법무부에 주요 사건 공소장을 제출하고 법무부가 이를 국회에 전달해 공개하는 제도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사법제도 개혁의 일환으로 확립됐다. 정보공개법 제9조에 따라 진행 중인 재판 관련 정보에 대해 수사·공소의 제기 및 유지,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사유가 있지 않으면 비공개할 수 없다고 규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현 정권 들어서만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의 공소장이 모두 공개돼 왔다. 조 전 장관조차 자신이 법무부 장관으로 있을 때 아내인 정경심 교수의 공소장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아 국회에 제출해 공개했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법무부가 앞장서 정권 실세들과 관련된 일에 예외를 계속 만들어 나간다"고 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의 공소장 비공개 방침은 국회법 위반이라는 게 중론이다. 국회법 128조는 '국회는 보고 또는 서류 등의 제출을 정부나 행정기관 등에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국회증언감정법 4조는 '국가기관은 국회의 자료 요구시 국가 기밀이 아닌 경우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기존 주요 사건 공소장은 모두 국회법에 근거해 공개됐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재판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에도 반하고, 현행 형사소송법과도 어긋나는 조치"라고 했다. 형사소송법 285조는 '검사는 공소장에 의해 공소사실을 낭독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한 형법학자는 "공판정에서의 공소장 낭독은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나 명예, 사생활 침해와는 전혀 상관없는 어차피 공개될 공소사실인데 이를 비공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참여연대도 논평을 통해 "법무부가 내놓은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 보호'라는 비공개 사유는 궁색하기 그지없다"며 "청와대 전직 주요 공직자의 피의사실 공표 우려가 국민의 알 권리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도 없다. 구태여 이 사건부터 이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더구나 형법 126조에 따르면 피의사실 공표죄는 기소 이후 사건에 대해서는 성립되지 않는다.
한 전직 검사장은 "추 장관이 법치 수호가 아닌 정권 수사 방탄에만 몰두하며 권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은 이날 법원을 찾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의 고발인 자격으로 공소장 열람·등사 신청을 했다. 법조계에서는 피고인과 변호인만 소송 관련 서류를 볼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35조에 따라 법원이 이를 기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공소장 제출을 요청했고, 김도읍 의원도 대검에 공소장 정보 공개 청구를 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