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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속 수퍼·피자집·자하문터널… 부쩍 늘어난 '성지순례' 손님들

감투봉 2020. 2. 12. 12:06

영화 '기생충' 속 수퍼·피자집·자하문터널… 부쩍 늘어난 '성지순례' 손님들

입력 2020.02.12 03:00

"오스카 수상에 감격해 찾아왔다"
주인공들처럼 소주 사 마시기도

"'기생충' 세 번 본 봉준호 감독 팬입니다. 출장 중에 짬 내서 왔어요."

'기생충'이 아카데미를 석권한 다음 날인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아현동 '돼지슈퍼' 앞에서 만난 일본인 야마자키 겐이치(48)씨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도쿄에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그는 이날 오전 7시 40분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여기로 왔다. "한국에서 사흘간 머물며 영화에 나온 자하문 터널도 가볼 예정"이라고 했다.

'기생충' 촬영지를 찾아온 팬들이 11일 서울 동작구의 한 피자 가게 앞에 모여들었다.
'기생충' 촬영지를 찾아온 팬들이 11일 서울 동작구의 한 피자 가게 앞에 모여들었다. 영화에서 기택(송강호)네 가족이 부업으로 피자 상자를 접어 납품하던 가게로 극 중 상호는 '피자시대'였다. /오종찬 기자
돼지슈퍼는 영화 기생충에 배경으로 등장했다.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친구 민혁(박서준)과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과외 자리를 소개받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영화 속 상호(商號)는 '우리슈퍼'였다. 이 수퍼는 이미 전 세계 봉준호 팬들에게 '성지(聖地)'가 됐다. 35년째 돼지슈퍼를 운영 중인 이정식(77)씨는 "외국인이 떠듬떠듬 '카나다' '키생충' 말하면서 들어와 깜짝 놀랐다"고 했다. '성지 순례자'들은 영화에서처럼 소주를 사 마시기도 한다. 이 동네 주민은 "외국 기자란 사람이 파라솔이랑 간이의자까지 가져와 소주를 놓고 마시며 사진을 찍더라"고 했다. '한국 영화 골수 팬'이라는 한 일본인 여성(33)은 수퍼에서 5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계단을 둘러보고 있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계단이다.

또 다른 촬영지인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스카이피자'도 필수 코스다. 이날 낮 12시, 20평 남짓한 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가게엔 노란 플래카드가 걸렸다. 사장 엄항기(65)씨가 봉 감독과 찍은 사진 '칸의 기운을 느껴봐 여기에서!'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직장인 김지연(26·경기 안산)씨는 "어제 오스카 4관왕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 휴가를 내고 피자를 먹으러 왔다"고 했다. 페퍼로니 피자를 먹던 미국 대학생 저스틴 (23)씨와 말리사(23)씨는 "일부러 '기생충 촬영지'를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왔다"고 했다.

가게 한편엔 방명록도 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아르헨티나에서 온 이스라엘이에요. 기생충 영화 보고 왔어요!" 같은 메모가 20여개 적혀 있다. '피자시대'라고 적힌 피자 상자 26개도 쌓여 있었다. 영화 속 기택네 가족이 반지하 거실에 모여 접었던 영화 소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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