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kg 1000원" 감자의 눈물..2400박스 팔아준 능력자 '문순C'
박진호 입력 2020.03.14. 05:01 수정 2020.03.14. 08:33
평창 3815t 가장 많고, 홍천 2500t, 강릉 1665t
“박스 하나 값이 1000원인데 감자(특) 20㎏ 한 상자가 경매에서 1000원에 팔렸습니다.” 강원 홍천군 내면 자운4리에서 감자 농사를 짓는 전명옥(60)씨는 지난 12일 기준 저온저장고에 보관 중인 감자가 40t에 달한다. 평소 같았으면 서울 가락동시장에서 경매 등을 통해 모두 판매됐을 양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감자가 저온저장고에 몇달째 쌓여 있다. 전씨는 “평소 같으면 학교가 개학한 상황이라 급식에 쓰기 위해 납품업자들이 사 갔을 텐데 개학이 연기되면서 판로가 꽉 막힌 상황”이라며 “감자는 많은데 사는 사람이 없어 큰일이다. 경매에서도 20㎏ 특이 1000~3000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외식업 불황으로 식자재 출하가 대폭 감소하면서 강원지역 고랭지 감자의 재고량은 1만874t에 달한다. 이는 5t 화물트럭 2175대분이다. 지역별로는 평창이 3815t으로 가장 많고, 홍천 2500t, 강릉도 1665t에 이른다. 또 인제 684t, 횡성 650t, 춘천 520t, 정선 450t, 영월 200t, 화천 170t, 양구 218t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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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량 5t 화물트럭 2175대분
6t가량의 감자를 팔지 못해 보관 중인 전찬호(57·홍천군 내면)씨도 판로가 없어 남은 감자를 폐기하는 일이 벌어질까 걱정이 많다. 현재 전씨의 감자는 토굴 형태의 저장고에 보관돼 있다. 전씨 말고도 4개 농가가 저장고에 감자를 쌓아둔 상황이다. 전씨는 “기온이 올라가면 싹이 나고 감자가 쭈글쭈글해져 상품 가치가 없어질 텐데 걱정”이라며 “4월 안에 못 팔게 되면 다 버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감자의 경우 크기와 모양에 따라 ‘왕왕-왕특-특-상-중-조림’ 등으로 등급이 나뉜다. 통상 왕특을 시세의 기준으로 삼는데 한 개에 무게로 따지면 180~250g 또는 200~280g 정도다. 저장비와 운송비·작업비·박스값·수수료 등을 통틀어 20㎏ 한 박스 기준 평균 단가가 1만8000원은 나와야 손해가 나지 않는다.
이용호 한국청과 경매사는 “감자의 경우 운송비·작업비 등으로 한 박스당 6000~7000원이 들기 때문에 평균 단가가 2만원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저장을 하는데 올해 괜찮은 감자도 평균 단가가 1만2000~1만5000원에 불과하다”며 “소비가 안 되니 등급이 낮은 감자는 1000원에도 거래되고 경매가 아예 안 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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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순C’ 나서자 몇 시간 만에 2400박스 팔려
이처럼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자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트위터와 강원도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지난 11일부터 강원감자 홍보 판매에 나섰다. 판매 첫날부터 주문 폭주로 사이트 서버가 일시 다운됐고, 몇 시간 만에 10㎏ 감자 2400박스가 팔렸다.
최 지사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외식불황, 학교 식자재 감소 등으로 고통받는 강원감자 농가에 힘을 보태기 위해 10㎏을 택배비 포함 5000원에 판매한다”고 홍보했다. 이어“핵감자핵세일∼! 못된 코로나바이러스로 감자탕 안 팔려서 강원도 청정 감자 재고 가득∼! 농민들 시름 가득∼!”이라며 감자 농가의 어려운 상황을 알렸다. 강원도 감자를 구매하려면 강원도지사 트위터 또는 강원도진품센터(http//jinpoomshop.kr)에 접속, 신청하면 된다. 이번 행사는 감자가 모두 소진 때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강원도는 재고 감자 소진을 위해 수도권 농협하나로마트 7곳에서 특판행사도 진행했다. 특판행사를 통해 350t의 감자가 수도권에서 팔렸다. 박영석 강원도 친환경농업과장은 “코로나19가 단기간에 끝날 문제가 아니라 농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감자 팔아주기 행사를 지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라며 “택배비와 포장재 지원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4월까지 저장고에 쌓여 있는 감자를 모두 파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홍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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