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코로나 금융위기, 기존 방식으론 못잡아

감투봉 2020. 3. 15. 11:43

[사설] 코로나 금융위기, 기존 방식으론 못잡아

입력 2020.03.14. 04:01 

               
서킷브레이커·사이드카사상 처음으로 동시 발동 '전례 없는 대책' 내놔야

세계 증시가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경제대공황 때나 있을 법한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중국과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나타난 실물경제 위축에 대한 공포감이 금융시장에 고스란히 전이되고 있어서다.

외신들이 검은 목요일이라 전할 만큼 12일 미국, 유럽 주식시장은 폭락했다. 뉴욕 다우지수는 9.99% 떨어져 22.6%가 하락했던 1987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유럽 증시는 더 참담하다. 중국 다음으로 사망자와 확진자가 많은 이탈리아 FTSE MIB 지수가 16.92% 떨어진 것을 비롯해 프랑스 -12.28%, 독일 -12.24%, 영국 -10.87% 등 유럽 주요국 모두 두 자릿수 하락했다. 역시 87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산유량 감축을 둘러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계속된 갈등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발 미국 입국 금지 조치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국내 주식시장도 미국·유럽발 쓰나미를 피해 가지 못했다. 주식시장이 13일 개장과 함께 폭락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 주식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동시에 발동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장중 한때 각각 1700선, 500선이 무너졌다 가까스로 1700선과 500선을 회복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 서막일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문을 걸어 잠금에 따라 세계 경제가 더욱 위축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호재는 없고 악재만 널려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코스피 지수가 1100까지 떨어질 거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 시장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공매도를 6개월간 금지했으나 미국 사례에서 보듯 언 발에 오줌누기로 그칠 공산이 크다. 시장 안정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서둘러 시행하는 게 맞지만 보다 근본적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을 불러 주재한 ‘경제·금융 상황 특별 점검회의’에서 “지금은 메르스, 사스 때와는 비교가 안되는 비상 경제시국”이라며 ‘전례없는 대책’을 주문한 이유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국정을 책임진 당정이 한목소리를 내도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어려운 비상시국에 여당 대표와 경제부총리가 추경예산 규모를 놓고 갈등하는 것은 시장 안정에 역행하는 일이다. 당정이 엇박자를 내면 시장 불안은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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