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사설] 나랏빚 눈사태에 깔릴 2030세대가 포퓰리즘에 "NO" 해야 한다

감투봉 2020. 4. 9. 17:02

[사설] 나랏빚 눈사태에 깔릴 2030세대가 포퓰리즘에 "NO" 해야 한다

조선일보
입력 2020.04.09 03:24

지난해 국민 1인당 갚아야 할 나랏빚이 1400만원을 넘었다고 한다. 올해는 512조원에 달하는 본예산만으로도 1인당 빚이 1500만원을 웃돌 전망이다. 여기에 코로나 지원금과 총선용 선심 비용을 더하면 국가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이미 마지노선이라는 40%를 뚫었다. 미국처럼 달러를 찍어 변제할 수도 없다.

1981년 집권한 그리스의 파판드레우 총리는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주라"며 최저임금과 연금부터 대폭 끌어올렸다. '좋은 일자리'라는 공무원도 두 배 늘렸다. 당시 그리스 국민은 60세 이전에 은퇴하고서 퇴직 전 임금의 80%를 연금으로 받으며 인생을 즐겼다. 그러나 버는 것보다 많이 쓰는 재정은 단 한 세대 만에 파탄 났다. 2009년 취임한 아들 파판드레우 총리는 아버지와 반대로 임금과 복지를 서둘러 깎았지만 2010년 최대 2887억유로(약 370조원)에 이르는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했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이 1980년 22.5%에서 2018년 184.8%까지 뛰었다. 빚더미에 오른 그리스는 중국 등에 항구와 공항을 팔아치우고 있다. 부모가 흥청망청 빚을 지면 자녀 등골이 휜다.

100년 전 아르헨티나에는 이탈리아 여성이 가정부로 일하러 왔다. '엄마 찾아 3만리'의 배경이다. 하지만 1946년 등장한 페론 정권이 나랏돈을 '공짜 시리즈'에 퍼부으면서 급속히 기울기 시작했다. 재정 적자→국가 부도 위기→구제금융이 반복되면서 1980년대 자식 세대는 변변한 직장도 구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공짜'를 외치는 포퓰리즘 세력에 표를 던지자 손자 세대는 미국·유럽으로의 탈출을 유일한 희망으로 삼는 처지가 됐다. 반면 노르웨이처럼 북해 유전 수익금으로 조성한 국부 펀드를 미래 세대를 위해 비축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포퓰리즘이 선거에서 이기는 이유는 그 폐해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나랏빚을 물려받은 자식 세대가 '이건 아니다' 라고 깨닫게 될 때는 이미 늦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6070세대는 '연금과 건강보험 혜택을 온전히 받는 처음이자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현금 복지 종류가 벌써 2000종에 육박하고 최근 여야가 도박 베팅하듯 벌이는 포퓰리즘 경쟁을 보면 기우라 할 수 없다. 부모 세대의 포퓰리즘 뒷감당을 해야 하는 2030세대가 지금 '아니다'라고 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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