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시청 14개 부서는 2016년부터 4년간 한 고깃집에서 회식을 했다. 그 고깃집 주인이 아산시 의원 아들이었다. 총 51차례 1452만원을 썼는데 전액 업무추진비로 지출됐다. 이 밖에도 시의회 의장 아내의 떡집, 시의원이 사장인 카센터, 시의원 장모의 문구점에서 업무추진비를 썼다. 공무원들이 국민 세금으로 시의원에게 뇌물을 바친 것이다.
▶한동안 판공비라고 불렸던 업무추진비는 부처 내 또는 유관기관과의 회의에 필요한 잡비 명목의 예산이다. 유흥·사행·레저업종에서는 쓸 수 없고 밤 11시 이후와 공휴일엔 원칙적으로 쓸 수 없다. 그래야만 엉뚱하게 새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돈이 회식비로 쓰이면 그나마 나은 편이고 공무와 상관없는 데서 대부분 쓰인다. 경기도 한 시민단체가 시의원들 업무추진비 내역을 뒤져보니 전체 액수의 96%가 식당과 술집에서 지출된 것으로 조사된 적도 있다.
▶한 전직 광역시장은 업무추진비로 백화점 상품권을 20억원어치나 산 뒤 '상품권 깡'으로 현금 18억원을 만들어 개인 용도로 썼다. 어떤 전직 경제 관료는 한정식집에서 네 명이 63만원어치 밥을 먹은 뒤 "기자 22명과 간담회를 했다"고 거짓 기재했다가 들통나기도 했다. 정부 부처 업무추진비 영수증엔 40만원대 후반 액수가 유독 많다. 결제액이 50만원을 넘으면 참석자 명단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카드를 두 번 긁어 50만원 미만으로 맞춘다. 예전 어떤 장관은 열흘 새 세 번이나 48만7000원을 식대로 결제했다.
▶재작년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이 까발려져 화제가 됐었다. 15개월간 2억4000만원을 식당과 술집에서 쓰거나 공휴일에 썼다는 폭로였다. 청와대는 46명이 숨진 밀양세종병원 화재 참사일과 해병대 헬기 추락 사고 장병 영결식날에도 술잔을 부딪히며 업무를 추진한 뒤 국민 돈으로 계산했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문제가 된 청와대 업무추진비 2461건 중 단 한 건도 잘못이 없었다"고 했다. 감사원은 이번 정권 들어서자 KBS 이사들 업무추진비를 '김밥집 2500원'까지 찾아내 결국 쫓겨나게 했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지난달 업무추진비로 5만800원을 썼다고 한다. 코로나 방역 회의를 한 차례 커피숍에서 하면서 쓴 돈이다. "하루 한 시간 이상은 잔다"고 할 정도이니 업무추진비 쓸 시간도 없을 것이다. 세금 내는 입장에서 한 푼도 아까운 이들은 제 돈인 양 펑펑 써대고, 제발 잘 챙겨먹고 건강하게 일해줬으면 하는 사람은 정작 안 쓰는 돈이 업무추진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