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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최후 카드 "검찰 기소 맞는지 시민들이 판단해달라"

감투봉 2020. 6. 3. 18:00

이재용의 최후 카드 "검찰 기소 맞는지 시민들이 판단해달라"

입력 2020.06.03 11:33 | 수정 2020.06.03 11:53

검찰에 수사 심의위 소집 요청... 대기업 총수론 처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하자, 삼성이 ‘최후의 카드’까지 꺼냈다”, “오죽 답답하면 저렇게까지 하겠나. 지금 삼성수사는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가 아니라 환부가 나올 때까지 해부하는 수준이다.”

2020년 5월 6일 오후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요구 권고에 따라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김지호 기자



◇대기업 총수의 첫 요청, “검찰 못 믿겠다…시민이 판단해달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대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검찰 기소의 타당성을 판단해 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심의를 신청했다. 한마디로 “이 사안이 과연 기소할 만한 사건이냐. 검찰 말고 시민이 판단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 부회장이 이름도 생소한 ‘검찰수사심의원회’ 심의를 요청한 것이 알려지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제도는 2018년 검찰이 수사 중립성을 확보하고 권한 남용을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자체개혁방안으로 도입했다. 대기업 총수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심의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문무일 검찰총장은 “검찰이 불신을 받는 내용을 보면 ‘왜 그 수사를 했느냐’ ‘수사 착수 동기가 뭐냐’를 의심하는 경우가 있고, ‘과잉 수사다’, ‘수사가 너무 지체된다’는 문제제기도 많다”며 검찰수사심의원회 도입배경을 설명했다.


2020년 5월 6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위법 행위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김지호 기자


◇재계 “오죽 답답하면 저렇게까지”

삼성이 이런 초강수를 두는 까닭에 대해 재계에서는 “18개월 동안 수사한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기소를 하거나,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삼성이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다 쓰자는 전략을 펴는 것”으로 분석했다. 재계에서는 “솔직히 18개월동안 수사를 했지만 스모킹건은 없는 것 아니냐. 검찰권을 남용한 무분별한 표적수사로 비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잇단 압수수색과 경영진 소환으로 삼성그룹이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삼성 직원은 “오죽 답답하면 저렇게까지 하겠나. 수사 대상이 이재용이 아니라면 검찰이 인권침해라는 비판까지 받을 수 있는 정도 아니냐”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건은 학계에서도 ‘회계처리 방식’의 차이일 뿐이며, 당시 관련 기관의 정상적인 절차에 따른 것으로 불법이 아니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건은 애초 전 정부 하에서 여러 번 확인하고 문제가 없다고 한 사항인데 정권이 바뀌자 분식회계로 돌변했다”며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주장은 회계학을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논란”이라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전문가 토론회에서 “증권선물위원회의 고의 분식회계 주장은 논리나 팩트 모두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2012~2013년은 삼성바이오가 에피스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고, 바이오젠은 겨우 15%의 지분만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종속회사로 처리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관계회사로 회계처리하면 그 자체가 분식회계일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5월 6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를 마친 뒤 나가고 있다./김지호 기자


◇구속영장 청구 임박설 계속 흘러나오자, 삼성 “더 이상 밀릴 수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쪽에서는 계속 ‘기소 임박’, ‘구속영장 청구’ 등의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삼성이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며 반격카드를 꺼낸 것이란 분석이다. 한 재계인사는 “최근 검찰이 1년6개월이나 수사한 사안인데,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을 어떻게 청구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가 서초동쪽에서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검찰이 제기하고 있는 의혹은 경제계나 삼성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검찰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삼성은 보고 있다”며 “삼성 입장에서는 상식적인 일반 국민들의 시각에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심의를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사심위원회가 열려 권고를 내린 사례는 여러 개 있다. 수사심위원회는 2018년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시 소방서장, 지휘조사팀장 등의 부실대응 혐의에 대해 불기소 권고했다. 긴박한 화재 상황과 위험 속에서 화재 진압에 집중한 소방관들에게 인명 구조 지연으로 인한 형사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또 기아차 노조간부 고소 사건에서 불법파업 혐의로 입건된 노조 간부들에 대해 기소 유예를 권고했다. 불법 파업의 요건을 갖췄더라도 불법 파업에 이르게 된 사정이나 피해 규모 등을 두루 살펴야 한다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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