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기자의 시각] "XX자식" 사과 않는 이해찬

감투봉 2020. 7. 17. 14:10

[기자의 시각] "XX자식" 사과 않는 이해찬

조선일보

입력 2020.07.17 03:14

최연진 정치부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 "피해 호소인이 겪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민주당 대표로 통절한 사과를 말씀드린다"고 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지 6일 만에야 직접 사과한 것이다. 앞서 이 대표는 사건 피해자 측이 기자회견을 한 13일 수석 대변인을 통해 '대리 사과'를 했었다. 하기 싫은 사과를 대리인을 통해 억지로 한 것이란 비판 여론이 커지자 뒤늦게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끝내 사과하지 않은 일이 있다. 취재진에게 던진 'XX자식' 막말이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박 전 시장 빈소에서 한 기자가 "고인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는데, 당 차원의 대응을 할 것이냐"고 묻자 "그런 걸(질문을)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하느냐"고 버럭 화를 냈다. 그리고 "XX자식 같으니라고"라며 막말까지 했다.

이날 취재진이 던진 질문은 박 전 시장이나 이 대표를 욕보이려는 목적도, 기자의 개인적 궁금증을 해결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3선 시장이자 유력 대선 주자의 성추문 의혹에 대해 소속 정당의 대표에게 대응책을 물어본 것이었다. 기자로서 당연히 국민을 대신해 질문할 권리이자 의무를 행한 것이다. 이 대표는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이 질문에 대답을 해야 했다. 그런데 답을 하기는커녕 역정과 막말만 쏟아냈다. 이는 비단 기자에게만이 아니라 답을 기다린 국민에게 화를 낸 것이기도 하다.

사과 문제에 대해 이 대표 측 인사는 16일에도 "취재진이 예의 없이 질문한 것에 대해 먼저 사과하지 않는 한 이 대표도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기자의 질문이 박 전 시장에 대한 무례였으니 사과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이 대표의 언동이 오히려 성추행 피해자와 국민에 대한 무례였다는 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권력자가 공식 석상에서 '불편한' 질문을 받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대답하지 않겠다"고 하거나,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나는 일도 숱하다. 하지만 이 대표와 같이 정치적 책임이 큰 인사가 기자 면전에서 직접 '모욕'에 가까운 막말을 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일반인이 누군가에게 'XX자식'이라고 욕하면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하물며 취재진이 공식 석상에서 당의 대응 방향을 질문했는데 욕으로 응답한 것은 더 큰 잘못이다. 이 대표의 태도는 집권당 최고 권력자로서 무서운 게 하나도 없다는 안하무인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야당에선 "대표가 저러니 소속 의원들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서슴없이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누구나 잘못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오만이 된다. 반성하지 않는 정치 세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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