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韓, 장거리 미사일 개발 길 열리나..美의 中견제 숨은 포석도

감투봉 2020. 7. 29. 06:28

韓, 장거리 미사일 개발 길 열리나..美의 中견제 숨은 포석도

박만원,임성현 입력 2020.07.28. 17:24 수정 2020.07.28. 23:18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의미
발사체 추진력 제한 규정 풀어
고체·혼합연료 전부 사용 가능
정찰위성 등 독자개발 길 열려
사거리 800km 제한 유지되지만
김현종 "언제든 美와 협의가능"
4차 지침 개정..文정부 2번째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에 따른 우주발사체 고체연료 사용 제한 해제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정부가 미국과 오랜 협상을 통해 한미 미사일지침을 개정한 것은 군사 목적 정찰위성은 물론 다목적 소형 위성 개발에 대한 수요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으로 고체연료 사용이 허용되면서 한국형 우주발사체 개발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첫 군사 전용 통신위성 '아나시스2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데 이어 우리 정부도 본격적인 위성 개발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주발사체에 고체연료 사용이 가능해지면 우선 저궤도 정찰위성 개발에 탄력이 붙으면서 한국군의 정찰·감시(ISR) 능력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군사 정찰위성을 언제 어디서든지 필요에 따라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돼 한반도 상공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 해 50조원 넘는 국방 예산을 쏟아부으면서도 그동안 우리 군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돼온 ISR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차장은 "저궤도 정찰위성을 다수 보유하게 돼 정보감시 능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전시작전권 환수 이후 안전한 한반도 구축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발사체 고체연료는 액체연료에 비해 구조가 간단하고 가격도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특히 저궤도(250~300㎞) 발사체는 고체연료가 가격 대비 효율성이 높다. 김 차장은 "비용 면에서 효율성이 높아지고 액체와 고체 연료를 섞을 수 있어 옵션이 많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우주 개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저비용 고체연료 발사체를 개발할 수 있게 됨으로써 우주 산업 육성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전 세계 우주 산업 규모는 2018년 3600억달러에서 2040년에는 1조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2조달러), 반도체(7000억달러), 휴대폰(7000억달러) 등과 맞먹는 차세대 유망 산업이다. 최근 중국은 화성탐사선까지 쏘아올렸다. 하지만 국내 우주 산업 규모는 30억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김 차장은 "이번 개정으로 우주 인프라스트럭처 개선을 위한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게 돼 한국판 뉴딜을 우주까지 확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이어 김 차장은 "우리도 다른 선진국처럼 액체·고체·하이브리드형 등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게 됐다"며 "한국판 스페이스X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없애는 방향으로 미사일지침을 개정한 것은 민간 분야 우주 개발 인프라를 확보한다는 의미를 갖는 동시에 우리 군의 독자적 미사일 능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우주발사체와 군사용 탄도미사일은 기체와 추진기관, 유도조정장치 등 핵심 기술이 거의 똑같기 때문이다.

고체연료는 액체연료와 비교해 여러 가지 장점을 갖는다. 액체연료는 연료를 주입하는 데 발사체 크기에 따라 30분~2시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료를 주입한 뒤 일정 시간 내에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으면 엔진이 부식될 수 있다. 이에 반해 고체연료는 한 번 주입한 뒤 오랜 기간 보관할 수 있고 연료 주입 시간도 액체연료에 비해 훨씬 짧다. 그렇기 때문에 이동식 발사체에 싣고 다니면서 적이 탐지하기 전에 발사하는 능력 면에서 액체연료에 비해 고체연료 미사일이 탁월하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기를 쓰고 고체연료를 개발해 사용하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미국은 그동안 이 같은 고체연료 특성상 군사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을 우려해 한국 측 미사일지침 개정 요구에 미온적으로 응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 측 요구를 수용해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해제하기로 한 것은 한국군의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강화할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한국의 미사일 개발 능력 강화는 최근 미국과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도 압박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1979년 체결된 한미 미사일지침은 2001년, 2012년과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개정된 바 있다. 이번을 포함해 네 차례 개정되면서 여러 제한이 풀리고 있지만 여전히 군사용 탄도미사일 등에선 사거리와 중량 제한이란 '족쇄'가 남아 있다. 군사용 탄도미사일은 2012년 개정을 통해 사거리를 확대했지만 여전히 800㎞로 제한되고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2017년 추가 개정을 통해 탄두 중량을 500㎏에서 무제한으로 확대했다. 최근 발사 시험에 성공한 현무-4 탄도미사일도 탄두 중량 확대에 따라 개발된 것이다. 순항미사일은 현재 사거리 300㎞ 이하는 탄두 중량이 무제한이고 탄두가 500㎏ 미만이면 사거리가 무제한이다.

[박만원 기자 /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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