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리·팝·포크록… '팝의 디바' 스위프트는 변신의 귀재
조선일보
-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
입력 2020.08.19 05:00
이규탁의 팝 월드
미국 팝의 '디바' 테일러 스위프트의 새 음반 '포크로어(Folklore)'가 지난달 깜짝 공개됐다. 스위프트 같은 유명 가수는 대개 신보가 나오기 몇 달 전부터 발매 예정일을 알리고, 수록곡 가운데 한 곡은 싱글로 먼저 발표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번처럼 아무런 예고 없이 정규 앨범을 내놓은 건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11월 테일러 스위프트가 중국 쇼핑 이벤트인 '광군제' 축하 공연을 하는 모습. /인스타그램
그간 스위프트가 보여준 행보가 '마케팅의 귀재'와도 같았기 때문에 더욱 놀라웠다. 그녀는 자신의 음반에 티셔츠와 머그컵 같은 '굿즈(기념상품)'를 끼워 파는 것은 물론, 피자 한 판을 배달시키면 음반을 함께 주는 '끼워 팔기' 전략을 가장 활발하게 사용해 온 가수 중 한 명이다. 또, K팝 가수들처럼 정규 음반을 발매할 때 사진을 인쇄해서 카드 형태로 만든 포토 카드를 서로 다른 음반 표지에 넣어서 팬들이 음반을 여러 장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K팝 가수들이 흔히 사용하는 마케팅 기법이란 점을 감안하면, 스위프트가 K팝 전략에서 영향받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할 수 있다.
음악적 궤적도 이채롭다. 데뷔할 무렵엔 '귀여운 10대 소녀 컨트리 가수'의 이미지였다. 그 뒤 음반 여러 장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미국의 연인(America's Sweetheart)'으로 불릴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20대가 된 이후에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최신 팝으로 급격히 방향을 틀어 다시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귀엽고 발랄한 소녀에서 쿨하고 세련된 도시 여성의 이미지로 탈바꿈하면서 10~20대 미국 백인 여성들이 닮고 싶어하는 '워너비(wannabe)'로 떠올랐다.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그러나 2017년과 2019년 음반은 이전보다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 모두 아쉬움을 남겼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이 분명했다. 그래서일까, 예고도 없이 불쑥 발매된 이번 음반에서 그녀는 인디 음악의 감수성으로 가득한 포크 록으로 다시 한번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차분하고 관조적이면서 조금은 비상업적인 음악이지만, 평단이나 대중 반응은 좋은 편이다. 음악 전문 매체에서도 높은 평점을 받았고, 발매 첫 주에만 85만장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리며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음반은 그녀에게 유일하게 남은 과제인 비평적 인정을 받기 위해 치밀하게 설계된 작품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대담한 변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대를 대표하는 최고 의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노래를 발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상업적 성공을 위해 마케팅 전략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음악적 정체기에 접어들면 재빠르게 사람들이 원하는 스타일을 파악하고 망설임 없이 방향을 전환하는 명민함도 갖춰야 한다. 어쩌면 '카멜레온' 같은 눈부신 변신이야말로 스위프트가 미국의 간판 여성 가수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일 것이다.
ⓒ 조선일보 & Chosun.com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18/2020081805212.html
'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이삭'도 벅찬데.. 사흘뒤 '하이선' 온다 (0) | 2020.09.03 |
---|---|
태풍 바비, 상륙 않지만 '시속 216km' 강풍..작년 미탁보다 세다(종합) (0) | 2020.08.23 |
'방수팩 폰이 살렸다' 해변에서 바다로 1㎞ 밀려난 모녀 (0) | 2020.08.07 |
伊박물관서 유럽관광객이 '셀카'찍다 200년된 유명 조각상 파손 (0) | 2020.08.02 |
삼성 미래 전면에 'AI 최고 석학' 내세운 이재용 (0) | 2020.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