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잘못된 정책은 안 고치고 또 '통계 물타기'부터 하나
조선일보
입력 2020.08.20 03:26
경제부총리가 전·월세 전환율을 4%에서 2.5%로 내리는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기습적인 임대차 3법 강행으로 지금 국민은 심한 전세난을 겪고 있다. 세입자 부담이 가중되자 정부는 전·월세 전환율을 낮추는 가격 통제로 막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에 덧붙여 전세 통계 방식을 바꾸겠다고 한다. "전세 시장 통계가 신규와 갱신 계약을 포괄할 수 있도록 통계조사 보완 방안을 신속히 검토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신규 거래만 집계하는 기존 통계 대신, 갱신 계약도 반영하는 식으로 통계를 바꾸면 전셋값이 현저히 낮아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서울 한 대형 아파트 단지의 경우 작년 초 6억원대이던 전셋값이 현재 10억원대까지 올랐다. 기존 세입자는 5% 상한선 범위에서 무조건 재계약 권리가 주어져 6억원대에 갱신 계약이 가능한 반면, 새로 전세를 구하는 사람은 10억원대를 부담한다. 둘 중 시장 가격은 10억원이다. 그런데 여기에 일시적 관제 가격인 6억원까지 포함해 전셋값 통계를 내면 당연히 실제보다 낮은 수치가 나온다. 시장 현실과 괴리된 전형적인 '물타기' 통계다. 이런 통계를 들고 "전셋값이 안정됐다"고 주장하려는 것이다.
지금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은 치솟는 집값과 전셋값을 진짜로 진정시켜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전셋값이 안정돼 보이도록 통계를 바꾸는 꼼수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은 매번 꼼수가 먼저다. 집값 통계만 해도 국민은 치솟은 집값에 불안한데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국감정원 통계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11% 올랐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경실련이 한국은행, 통계청, KB주택가격 동향을 참고해 계산한 결과 서울 집값은 통틀어 34%, 특히 아파트는 52%나 오른 것으로 나왔다. 엉터리 통계를 고집하면서 현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올 2월에 정부는 코로나 사태에도 신규 취업자가 49만명 늘고 고용률은 66%로 올라 2월 기준 역대 최고라고 자화자찬했다. 대부분 세금 일자리인 60세 이상 취업자가 1982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인 57만명이나 늘어난 때문이었다. 그 내막은 기가 막힐 정도다. 코로나 사태로 노인 세금 알바의 63%가 중단됐는데도 이들을 '일시 휴직자'로 분류해 취업자로 발표한 것이다. 통계 기준을 따랐다고는 하나 일자리 같지도 않은 세금 알바를, 그것도 실제 집행되지도 않은 것까지 취업자로 계산한 황당한 고용 수치를 들고 '일자리 선방'을 주장했다.
소득 주도 성장 실패로 하위 20% 계층은 일해서 번 돈보다 정부가 주는 보조금 수입이 더 많은 세금 의존층이 됐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소득 통계 작성 방식을 바꿔 이들의 월 소득이 전보다 늘었는 지 줄었는지를 이전 소득과 비교하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래 놓고 통계청장은 "조사 방식을 개선한 것"이라고 한다.
이 정부는 정책 부작용이 드러나면 정책을 수정·보완할 생각은 않고 통계 숫자만 그럴싸하게 분칠하는 데 여념이 없다. 국민 삶을 낫게 만드는 진짜 정책이 아니라 '눈 가리고 아웅' 통계를 동원해서라도 정치 선전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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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19/202008190496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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