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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선수들은 류현진에게 밥을 사야 된다”

감투봉 2020. 9. 4. 10:40

“토론토 선수들은 류현진에게 밥을 사야 된다”

류현진, 수비 실책에도 주루사에도 승리 낚아… 시즌 3승

김상윤 기자

입력 2020.09.04 05:00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3일 마이애미 말린스와 벌인 원정 경기 3회말에 공을 던지는 모습. /AP 연합뉴스

류현진(33)은 작년 LA 다저스에서 뛰며 MLB(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2.32)에 올랐다. 하지만 동료들의 호수비 덕을 많이 봤다며 그의 능력을 평가절하하는 팬들도 있었다. 실제로 류현진은 지난해 투수 자체의 능력에 초점을 두는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가 3.10으로 평균자책점보다 높았다. 리그 최고인 다저스 타선의 득점 지원도 어깨를 가볍게 했다.

올 시즌 토론토 블루제이스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의 모습은 매 경기 ‘한화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야수들은 실책을 저지르고, 타석에서도 어설픈 플레이를 남발한다. 그럼에도 류현진은 주황색 한화 유니폼을 입었을 때처럼 ‘소년 가장’의 책임을 짊어지고 꿋꿋이 호투를 이어간다.

◇수비가 어설프면 삼진으로 해결

3일 류현진의 시즌 8번째 선발 등판도 마찬가지였다. 류현진은 마이애미 말린스와 치른 원정 경기에 나서 6이닝 1실점으로 시즌 3승을 달성했다. 블루제이스는 류현진의 호투와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의 투런 홈런으로 2대1 승리를 거둬 2연패에서 벗어났다. 류현진은 공 99개를 던지며 안타 5개를 맞았지만 삼진을 8번 잡았고, 볼넷은 2번만 허용했다.

 

미 프로야구 토론토 블루제이스 외야수 루데스 구리엘 주니어(왼쪽부터), 랜달 그리칙,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3일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2대1 승리를 거두고서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이날 토론토 선발투수 류현진은 6이닝 1실점 호투로 시즌 3승째를 따냈다. /AFP 연합뉴스

 

/AFP 연합뉴스

찰리 몬토요 블루제이스 감독은 이날 “기본적 플레이와 관련해 말이 많이 나왔다”고 했다. 류현진이 아니라 야수들에 관한 내용이었다. 최근 말린스에서 이적한 조너선 비야는 1회초 안타를 친 다음 무리하게 2루까지 달리다 객사했고, 4회엔 3루에서 견제사를 당했다. 구리엘도 2회 어설픈 주루로 견제 아웃됐다. 2회말엔 1루수·2루수·우익수가 서로 공을 미루다 ‘텍사스 안타’를 헌납했고, 2루수 실책 등이 잇따르며 1사 2·3루 실점 위기를 맞았다.

수비진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류현진이 위기를 벗어난 방법은 탈삼진이었다. 최고 시속 148km, 평균 143㎞ 직구와 트레이드마크인 체인지업에 커터·커브 등을 섞어가며 헛스윙을 끌어낸 끝에 연속 타자 삼진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5회말 2사 1·2루와 6회말 2사 3루에서도 말린스 타자들의 방망이가 연방 헛돌았다.

 

류현진의 올 시즌 9이닝당 삼진 수는 10.05다. 다저스에서 뛰던 7시즌(2013~2019) 평균 8.08보다 24.4% 늘어났다. 삼진이 늘며 수비 의존도도 낮아졌다. 이날까지 류현진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2.72, FIP는 2.73이다. 다저스 시절 7시즌 기록은 평균자책점 2.98, FIP 3.32였다.

이철원 (CUSTOM_CREDIT)

◇“에이스의 모습을 보여줬다”

류현진은 다저스에선 잘 던지고도 클레이턴 커쇼, 잭 그레인키 등에게 밀려 ‘일인자’ 대접을 받지 못했다. 토론토에선 누구나 그를 에이스라고 부른다. 이날도 그가 어수선한 상황을 정리하며 안정감을 보이자 찬사가 이어졌다. MLB닷컴은 “이게 바로 에이스가 하는 일이다. 류현진이 대걸레와 양동이를 손에 들고 동료들이 만든 난장판을 치우는 듯했다”고 했다. 블루제이스 구단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류현진 공, 너희는 손도 못 댈 걸(Ryu can’t touch this)” “우리 에이스가 승리를 베풀었다”고 했다. 이런 찬사에도 류현진은 경기 후 화상 인터뷰를 통해 “주자들이 일부러 죽은 것도 아니고, 노력하다 상대에게 당한 것”이라고 동료들을 감쌌다.

블루제이스가 속한 아메리칸리그(AL) 동부 지구는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이 많고, 강타자가 즐비해 투수에게 어려운 곳으로 손꼽힌다. 올해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으며 AL 동부에 입성한 게릿 콜도 평균자책점이 지난해 2.50에서 3.91로 치솟았다. 그러나 류현진은 AL 동부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며 시즌 전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류현진은 이날 ‘파랑어치(Blue Jay)네’의 전설적 이름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구단 기록도 세웠다. 단일 시즌 6경기 연속 5이닝 이상 1자책점 이하 성적을 냈는데, 이는 데이브 스티브(1983년), 로저 클레멘스(1997년), 로이 할러데이(2005년)의 종전 기록(5경기 연속)을 깬 것이라고 현지 매체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