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조국의 하루는 300번의 증언 거부

감투봉 2020. 9. 4. 14:32

조국의 하루는 300번의 증언 거부

양은경 기자

입력 2020.09.03 22:25

 

정경심과 조국/장련성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모펀드·입시 비리 혐의로 기소된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형소법 148조”를 300번 이상 언급하며 증언을 거부했다. 형소법 148조는 친족이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는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이날 조 전 장관이 답변을 전면 거부한 상태에서 이뤄진 검찰 신문에는 그간 알려지지 않은 내용도 담겨 있었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5-2부(재판장 임정엽) 심리로 열린 정 교수 재판에서,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에 재직할 때인 2017년 8월 10일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와 자녀들이 있는 가족 단톡방에 올린 문자를 제시했다. “종부세 물릴 모양이네, 경남 선경아파트 소유권 빨리 이전해야.. 우리 보유세 폭탄 맞게 생겼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아파트는 정 교수 명의로 돼 있다가 그해 11월 조 전 장관 동생의 전처에게 팔렸다. 매매를 석 달 앞두고 조 전 장관이 세금 문제를 언급하며 ‘빨리 명의 변경을 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이 아파트의 매매 과정에 대해 작년 9월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위장 이혼’ 의혹이 제기됐기도 했다.

정 교수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당시 변호사)의 과거 대화도 공개됐다. 2015년 12월 28일 자 녹취록에 따르면, 정 교수는 최 대표에게 “우리 남편이 제대로 본 거죠. 어떻게든 빨리 상속을 하라고 자꾸 옆구리를 쑤신다”고 했다. 최 대표는 2016년 정 교수 오빠가 정 교수 등을 상대로 낸 상속 소송에서 정 교수를 대리하기도 했다. 검찰은 처가의 상속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던 조 전 장관이 부인의 사모펀드 투자도 알았을 것이란 취지에서 이 같은 증거들을 내놨다.

 

조 전 장관의 과거 발언과 불일치하는 증거도 제시됐다. 그는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딸 조민씨를 제1저자로 올려 준 단국대 장영표 교수 아들의 이름과 얼굴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그가 2008년 딸과 장 교수 아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공개했다. “내년 상반기 중 아시아지역 사형 현황에 대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할 것인데 여기에 두 사람이 인턴십 활동을 하도록 조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컴퓨터에서 압수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확인서도 제시했다. “실제 발급된 확인서와 문서 제목, 주민등록번호 기재 여부 등에서 차이가 난다”며 “센터 소장도 아닌 증인 컴퓨터에서 확인서가 발급된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검찰은 최근 조 전 장관이 이 증명서 위조에 직접 개입했다는 내용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날 검찰은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에게 보냈다는 ‘신라젠 대표 문은상 주가 움직임 이상’이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도 제시했다. 재판부가 ‘공소 사실과 무관하다’며 신문을 금지해 검찰이 질문을 중단했다.

조 전 장관은 그동안 검찰 수사를 비난하며 “재판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해 왔다. 하지만 이날 증인 선서를 하기 전부터 증언 거부의 뜻을 밝혔다. 그는 5시간 걸린 재판 내내 ‘(형소법) 148조에 따르겠습니다’는 말을 300여 번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