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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감독의 행복한 부담 "우리 선수들, 확실히 달라졌다"

감투봉 2020. 9. 10. 10:47

'첫 PS 조준' 이강철 감독의 행복한 부담 "우리 선수들, 확실히 달라졌다"

나유리 입력 2020.09.10. 07:05

 

 

2020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10-2로 승리한 KT 이강철 감독이 박수를 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09.04/

2020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연장 혈투 끝 4대2로 역전승을 거둔 KT 선수단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9.09/

[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항상 올라갈 생각만 했었는데, 위에 올라오니까 압박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네요."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행복한 부담감이다. 창단 후 2015년 첫 1군 진입한 KT는 아직 한번도 포스트시즌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하위권을 머물다 이강철 감독 부임 첫 해였던 지난해 정규 시즌 6위가 그동안 거둔 최고의 성적이다. 시즌 중반까지 등락을 반복하다가 막판 희망 고문 그리고 5강 진입 직전 미끄러지며 끝내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올해 KT는 더 강해졌다. 개막 첫달인 5월 7위로 출발했고, 6월에도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7월부터 본격적으로 치고 올라서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타선 그리고 불펜이 조금씩 안정되면서 승률도 빠르게 올랐다. KT는 7월 한달간 15승1무6패로 월간 승률 1위를 기록했다.

9월 출발도 산뜻하다. 9월 1일 홈 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11대2로 크게 꺾은 KT는 SK 와이번스와의 더블헤더 포함 3경기를 모두 쓸어담았다. 흐름을 탄 KT는 상위권팀인 키움 히어로즈까지 제압했다. 5~6일 2연전에서 첫 경기 8대1 완승을 거둔데 이어 이튿날 막판 추격을 뿌리치고 1점 차 신승을 챙겼다. 9월 시작과 함께 6연승. 비록 8일 두산 베어스에 패하면서 연승은 끊겼지만, KT는 다음날인 9일 연장 혈투 끝에 4대2로 응집력있는 승리를 거두면서 저력을 과시했다.

예전처럼 연승 이후 후유증을 걱정해야 할 분위기가 아니다. 이강철 감독은 "작년에 9연승을 했을 때는 걱정이 많았다. 선수들이 '우리 연승 끊어지면 연패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이야기가 내 귀에 들릴 정도였다. 그런데 올해는 그런 분위기가 없다. 연승이 끊기더라도 선수들이 한층 더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이다. 지더라도 '그냥 1패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확실히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성장한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선수 한두명이 특출나게 잘해서 거둔 결과는 아니다. 이강철 감독은 선수들 사이에 신뢰가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이 감독은 "시즌 초반에 불펜이 안좋아서 이기다가 역전 당하는 경기들이 많았는데 그런 경기가 줄어들었다. 투수들은 이제 점수를 주더라도 야수들이 방망이 잘치니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야수는 야수대로 투수들이 막아줄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다. 보이지 않는 소통으로 팀이 끈끈해지면서 강해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투타 조화가 되면서 서로 신뢰가 생긴 것 같다"고 강조했다.

물론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제 1의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아직 40경기가 넘는 승부가 남아있고, 경쟁팀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상위권팀들만 바라보며 달려가고 있어도 쫓아오는 팀들 역시 의식이 안될 수 없다. 이강철 감독은 "수석코치를 할때 성적이 좋은 팀들(키움,두산)에 있었기 때문에 상위권 경험이 많았는데도 다르다. 하위권에 있을 때는 올라가는 것만 목표였는데, 이제 순위권에 올라오니까 더 신경쓰이는 게 많고 부담스럽다. 특히 코치일 때랑 감독일 때랑 압박감이 다른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그래도 희망이 샘솟는 가을. KT의 2020년은 확실히 다른 분위기가 난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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