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康외교, 미 대선 직후 패자 측과 회담하러 미국 간다니
조선일보
[인천공항=뉴시스] 고범준 기자 =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이 한미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도착하고 있다. 2020.11.08. bjko@newsis.com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기 위해 8일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참으로 희한한 타이밍이다. 3일 치러진 미 대선의 승자가 개표 나흘 만에 겨우 가려진 직후, 패배한 현직 대통령 쪽과 회담하러 미국까지 달려간다는 것이다. 거의 내전에 가까운 선거를 거쳐 미국의 권력이 정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순간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와 거의 정반대로 움직인다고 봐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떠 준비를 시작했을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 무엇을 상의한다는 건가.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일본 방문과 동남아 4국 방문 때 모두 한국을 건너뛰었다. 그랬던 폼페이오 장관의 퇴임이 서운해 고별인사라도 할 참인가.
강 장관 측은 바이든 당선인 측 인사들과도 만나 소통 채널을 뚫을 것이라는 설명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막 당선을 확정 짓고 외교 안보라인 골격조차 드러나지 않은 바이든 측 인사들이 남의 나라 외교장관을 만나줄 정신적 여유나 있을지 의심스럽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하며 승복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런 트럼프 측과 마지막 공식 협의를 하겠다고 달려온 강 장관을 바이든 쪽 사람들은 어떤 눈으로 볼 것인가.
강 장관이 엉뚱한 때, 엉뚱한 곳으로 달려간 일이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월 말 국내에서 코로나 1차 확산이 벌어져서 외국 공항에서 우리 국민이 강제 귀환을 당하거나 수용시설에 감금되는 등의 수모를 겪고 있을 때 강 장관은 뚜렷한 의제도 없는 외교장관 회담을 갖는다고 영국에 갔다가 장관을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왔다. 한반도 주변 4강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던 작년 6월엔 유람선 침몰 사고가 난 헝가리로 구조 대책을 논의한다며 달려가기도 했다.
외교장관이 정작 중요한 외교 현안을 제쳐둔 채 돌아다니니 해수부 공무원 총살사건 긴급 관계장관회의 때 참석 요청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외교장관을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고 밥도 가장 자주 먹은 상대라고 하니 달리 할 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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