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사설] ‘尹 정직’ 秋 역할 끝, 文 다음 수는 공수처로 정권 불법 덮기

감투봉 2020. 12. 17. 09:22

[사설] ‘尹 정직’ 秋 역할 끝, 文 다음 수는 공수처로 정권 불법 덮기

조선일보 입력 2020.12.17 03:26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안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사의표명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제청한 윤석열 검찰총장 ‘정직 2개월’ 징계를 재가했다. 윤 총장은 검찰의 정권 불법 혐의 수사를 지휘할 수 없게 됐다. 문 대통령이 “우리 총장님”이라며 임명했던 윤 총장을 직접 ‘식물 총장’으로 만든 것이다. 추 장관은 징계 의결 결과를 보고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역할이 끝난 것이다. 추 장관은 그동안 문 대통령을 대신해 정권 불법을 수사하는 윤 총장을 공격하며 악역을 맡아왔다. 윤 총장을 정직시키면서 임무가 끝났다.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은 정권의 궁여지책이다. 추 장관은 징계를 청구하며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고 했다. 그 중대한 비위를 저지른 검찰총장이 고작 정직 2개월에 처해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사유로 억지 징계를 했음을 징계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해임할 경우 여론의 역풍이 두렵고, 법원이 해임을 뒤집는 상황이 다시 벌어질까 겁도 났을 것이다. 증인 심문과 토론을 하는 척했지만 징계위는 이미 정권이 내려놓은 결론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다. 전직 검찰총장들은 “법치주의에 대한 큰 오점”이라고 했다. 일선 검사들의 공개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물론 2개월 정직으로 해임이나 마찬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2개월 내 ‘민변’ 공수처가 출범되면 월성 1호기 평가 조작 사건 등 검찰의 정권 불법 수사를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 장관이 물러나면 대통령의 다음 수는 공수처로 정권 불법을 모두 덮는 것이다. 윤 총장이 정직으로 손발이 묶여 있는 동안 월성 1호기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수사팀을 인사로 공중분해시킬 가능성도 높다.

윤 총장 징계 사유는 엉터리였고 절차는 불법을 넘어 공작에 가깝다. 혐의가 있어 압수 수색을 한 것이 아니라 혐의를 찾겠다고 압수 수색을 했다. 수사권도 없는 법무부가 ‘지휘’했다. ‘윤 총장은 잘못 없다’는 담당 검사 의견은 삭제됐다. 징계위는 ‘불공정’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인물들로 채워졌다. 징계위에서 윤 총장 측 반론과 최종변론도 갑자기 막았다. 문 대통령은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징계위는 불공정하게 만들어져 부당하게 운영돼 짜맞춘 결론을 내린 것이다. 모두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공작, 유재수 비리 비호,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월성 1호기 평가 조작 등 정권의 심각한 불법행위를 덮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영원히 덮이는 불법 비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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