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하마'에서 흑자전환..배터리 '한·중·일 삼국지' 완승 [키워드로 보는 2020 경제 (6)]
정환보 기자 입력 2020.12.20. 21:32
K배터리
[경향신문]
2020년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은 한 해였지만, 국내 산업계에서는 ‘K배터리(한국의 배터리 산업)’의 한 해이기도 했다. 그동안 막대한 투자로 ‘돈 먹는 하마’로도 불렸던 배터리 산업은 올 한 해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이 급증하며 이익을 내는 단계에 본격 진입했다. 글로벌 업황 전망이 밝은 데다 친환경 산업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기존 배터리 제조사는 물론 웬만한 대기업들은 대부분 소재·부품·원재료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 승승장구 ‘K배터리’
국내 3사, 사용량 1.7~3배 늘어
중·일 제조사는 대부분 역성장
‘친환경’ 바이든 정부 수혜 업종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2025년이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IHS마켓에 따르면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은 연평균 25%씩 성장을 거듭해 2025년에는 1600억달러(약 17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를 비롯해 시장이 커지고 있는 모빌리티(이동수단)와 무선 가전에는 모두 배터리가 탑재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낙관적 전망 속에서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한국·중국·일본의 ‘삼국지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는 특히 한국 제조사들의 선전이 눈부셨다.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K배터리’ 3사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지난해에 비해 약 1.7~3배(차량 사용량 기준) 성장했다. 중국과 일본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은 대부분 전년 대비 두 자릿수의 역성장을 겪어야 했다.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업계 상위 10개사 가운데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회사는 국내 3사와 중국의 CALB, 단 4곳에 그쳤다.
이는 한국 업체들이 고사양 차량에 걸맞은 기술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자사 배터리가 장착된 테슬라 모델3·르노 조에·포르셰 타이칸 등의 올해 판매 호조에 힘입었다. 삼성SDI는 아우디 E-트론·포드 쿠가·BMW 330e, SK이노베이션은 기아 니로 EV와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 등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매출 신장의 영향이 컸다.
그동안 배터리가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 주목받았다면 올해부터는 결실도 맺고 있다. LG화학 전지사업본부(현 LG에너지솔루션)는 올해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3분기에는 매출 2조1439억원, 영업이익 1688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삼성SDI도 3분기 전지사업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22.0% 증가한 2조381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도 3분기 배터리 매출 4860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2.5배를 달성했다. 영업손실도 전 분기 대비 149억원을 줄이면서 빠르게 흑자전환 채비를 갖춰나가고 있다.
■ 장밋빛 전망과 그늘…숙제도 산적
보조금 힘입은 중국 등 ‘위협적’
전기차 화재 사고 문제 해결돼야
지난달 3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K배터리는 한층 탄력을 받았다. 친환경 정책을 ‘1번 어젠다’로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적 수혜업종으로 분류되면서 국내 증시에서 급등세를 탔다.
배터리셀 제조사인 3개사 외에도 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등 배터리 4대 핵심소재를 생산하고 있는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 중견기업이나 대대적 투자 계획을 밝힌 포스코케미칼 등 대기업 주가도 덩달아 급등했다.
장밋빛 미래만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 ‘레드오션’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에서 지난 3월 이후 8월까지 세계 1위였지만, 9월에는 중국 CATL에 선두를 내줬다.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의 절반가량이 자국 내에서 운행 중이며, 자국산 배터리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유럽으로 공급처를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절대 강자’ 테슬라와 협업해 온 일본의 파나소닉도 ‘글로벌 빅3’ 지위가 확고하다.
전기차 화재 사고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화재로 리콜을 결정한 현대차 코나EV, 미국 GM 볼트 등에 자사 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리콜이 결정된 독일 BMW 330e와 유럽에서 판매되는 포드 쿠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에도 삼성SDI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 일본 파나소닉 배터리를 사용한 테슬라 모델3, CATL 배터리가 탑재된 중국 광저우기차의 아이온S에서도 화재가 발생하는 등 업계 전체의 ‘성장통’이란 시각도 있다.
그러나 사고가 잇따를 경우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미래가 위협받을 수 있다. 원인 규명과 기술개발이 더딜 경우 화재 사고 이슈가 배터리 업계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국내외 법원에서 벌이는 소송전은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내년 2월로 최종 결정이 미뤄진 ITC 영업비밀침해 소송에 대해서는 양사 모두 경영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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