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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뻗어 나가는 K-방역 중심엔 '민관 협력' 있었다

감투봉 2020. 12. 21. 07:25

세계로 뻗어 나가는 K-방역 중심엔 '민관 협력' 있었다

한아름 기자 입력 2020.12.21 05:45

[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시대. 한국이 선보인 위기대응 매뉴얼은 전세계의 찬사를 받으며 새로운 한류이자 글로벌 표준으로 뻗어나갔다. 한국은 선진국보다 빠른 회복세로 경제 선도국가로 거듭나고 있다. 전쟁과 가난,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 다양한 시련을 차례로 극복하며 얻은 한국인만의 ‘위기극복 DNA’가 또 한 번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빛난 대한민국의 올 한해를 되짚어봤다.

지난 3월 12일 UAE에 수출하기 위한 진단키트 관련 물품이 인천공항 근처 물류 창고에 보관돼 있다./사진=외교부

“지금까지 우리는 ‘방역 모범국’이라는 세계 평가에 자긍심을 가져왔다. 우리가 진정 방역 모범국이라면 지금이야말로 그 사실을 증명할 때다. 우리의 방역 기술·방식·노하우를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진단검사·역학조사·확진자 격리·치료 등에서 우리가 가진 방역 역량을 최대한 가동한다면 지금의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진단검사와 치료 및 향후 정부의 방향성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다.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이란 평가를 받아온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백신 확보와 치료제 개발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전세계인 6.4%가 K-진단키트 우수성 경험… 글로벌시장 주도


 

바이오업계는 코로나19 ‘위기’가 대한민국의 글로벌 위상이 예전과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확인할 ‘기회’가 됐다고 분석한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치./사진=김은옥 머니S 기자


K-진단키트 수출 규모가 이를 입증한다. 상반기 폭발적인 수출을 기록했던 국내 진단키트 업체는 하반기 들어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관세청에 따르면 11월30일 기준 K-진단키트 수출 규모는 전세계 170여개국 22조7000만달러(2조5000억원)로 약 4억9679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다. 글로벌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올해 기준 전세계 인구는 77억명. 전세계인의 6.4%가 K-진단키트의 우수성을 직접 경험해 본 셈이다.


정부도 진단키트 업계가 글로벌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다. 이들에게 대한민국 인증마크인 ‘K’ 브랜드를 부여하고 정부기관과 연계해 홍보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 때문에 수출국도 빠르게 늘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올 1분기에는 수출국이 83곳에 불과했지만 현재 170여곳으로 확대돼 인도·독일·네덜란드·이탈리아·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K-진단키트를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 백신에 투자업계의 이목이 쏠렸을 때도 K-진단키트는 괄목할만한 수출 행보를 보였다. 10월과 11월엔 연이어 수출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혁민 대한진단검사의학회 감염관리이사는 “국내 기업이 진단키트 개발을 잘 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을 겪으면서 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GC녹십자엠에스는 나노반도체를 활용한 코로나19 항원신속진단키트의 수출 허가를 획득했다./사진=GC녹십자엠에스

 

진단키트 업계는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선제 대응에 나섰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면 진단키트 사용량이 크게 줄 것이란 일각의 전망에 ‘전환과 재편이 절실하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인플루엔자(독감) A·B형과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동시에 검사하는 동시진단키트는 물론 백신과 함께 쓰일 항체진단키트 등을 개발·수출해 생존 경쟁력을 높였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후에도 접종자 항체 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항체진단검사는 필요하다”며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진단시장 종식이 아닌 항체진단검사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료제 성과 톡톡… 업계 “민·관 협력 덕분”


 

코로나19 백신 확보 지연 논란 속에서도 한국 정부가 ‘백신보다 치료제가 먼저 개발될 것’이라고 자신한 배경에는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강한 개발 의지가 있다. 국내에서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 임상시험은 총 26건. K-방역은 한국 정부뿐 아니라 관련 업계가 함께 만들어낸 성과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코로나19 발병 이후 ▲기존 약물로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는 ‘약물재창출’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에서 항체가 있는 면역 단백질을 고농도로 농축해 만든 ‘혈장치료제’ ▲코로나바이러스에 가장 잘 반응하는 항체를 골라 세포배양 방식으로 생산하는 ‘항체치료제’ 등의 연구에 집중해 ‘K-치료제’를 이끌어낸다는 복안이다. 셀트리온이 지난 5월 항체치료제 ‘CT-P59’를 개발한 데 이어 지난 9월엔 약 10만명분의 물량을 미리 생산한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한국 정부는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가 가장 빨리 출시될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는 최근 경증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에서 투약이 완료되면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CT-P59의 안전성과 효능에 문제없다고 판단되면 연내 조건부 승인을 신청하고 임상 3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경우 셀트리온은 다국적제약사 ‘일라이릴리’와 ‘리제네론’에 이어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세번째 회사가 된다.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 ‘GC5131A’도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약물재창출로 차도가 없던 중증환자에게 혈장치료제를 투여한 결과 20여일 만에 완치됐다”고 말했다. GC5131A는 21건의 치료목적승인을 받았다. 치료목적승인이란 대체 치료수단이 없는 응급환자에 임상 중인 약물을 쓸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하는 제도다. GC녹십자는 국내병원 12곳에서 6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GC5131A의 임상 2상을 진행해 연내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웅제약과 종근당은 약물재창출로 승부수를 걸었다. 대웅제약은 경·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호이스타정’ 임상 2상 결과가 연내 확보될 것으로 예상했다. 종근당의 ‘나파벨탄’ 역시 러시아·멕시코·세네갈에 이어 호주에서 대규모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빠른 대응과 높은 기술력이 코로나19 치료제 연구에서 진가를 발휘했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 연구로 방역 모범국 재도약의 기회를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은 앞서 K-방역으로 성공해본 경험과 민·관 협력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전방위 지원에 나섰다. 서경원 식약처 의약품심사부장은 “코로나19 치료제의 신속한 허가를 위해 허가전담심사팀을 구성해 심사기간을 120일에서 30일로 단축할 예정”이라며 “허가 신청을 받는 대로 심사에 즉시 돌입해 지체 없이 치료제가 도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보건복지부 4대 추진전략에 백신·치료제 임상지원을 추가하고 예산을 확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감염병 위기 대응 역량 강화와 K-치료제 경쟁력 확보 등 민·관이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이 K-진단키트에 이어 K-치료제로 글로벌에서 전례 없는 주도적 위상을 가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고 강조했다.

 

한아름 기자 ar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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