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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패스'마저 버렸다..'백신 강국' 이스라엘이 주는 교훈

감투봉 2021. 6. 3. 07:11

'그린패스'마저 버렸다..'백신 강국' 이스라엘이 주는 교훈

한지연 기자 입력 2021. 06. 03. 04:40

 

백신 접종 선두국 이스라엘이 1일(현지시간) 코로나19(COVID-19) 관련 규제를 대부분 해제하고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본격 시작했다.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에게 줬던 '그린 패스'의 사용도 중단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현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그린패스 시스템을 폐기하고 모든 시민들이 식당 출입, 스포츠행사 참여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스라엘 네타니아 거리에서 ‘노 마스크’ 가족들이 외출을 하고 있다. /AFP=뉴스1

사실상 집단면역…그린패스 3달 만에 폐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는 유일하게 남았지만 보건 당국은 이 역시 곧 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이스라엘은 이날 기준 전체 인구의 55% 이상, 성인 인구의 81%이상이 접종을 완료했다. 지난 1월 신규 감염자 수가 하루 최대 1만명까지 나오기도 했지만 이제는 하루 20명 미만이다.

당초 이스라엘은 백신 접종자에게 인센티브 개념의 그린패스를 주고 일부 실내 영업시설에 그린패스 소지자들만 갈 수 있도록 해왔지만, 시스템 도입 3개월도 안 돼 사실상 '집단면역' 기준을 달성했다고 보고 그린패스 시스템을 닫았다.

이스라엘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센터 정책 책임자인 토마 로턴은 "그린패스 프로젝트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현재로선 감염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유용성이 떨어졌다"며 "지금까지 백신을 안 맞은 사람들은 앞으로도 맞지 않을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이스라엘의 네게브 벤-구리온 대학교의 나다브 다비도비치 교수는 "이스라엘이 지금 당장 집단면역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매우 가깝게 다가와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거리의 젊은이들이 '노 마스크' 상태로 대화하고 포옹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먼저 경험한 이스라엘이 주는 교훈들

현지 보건 전문가들은 1일 이스라엘의 일상생활 복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많은 나라들이 이스라엘 사례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백신 대량 접종이다. 이날 히브리대학의 로닛 칼데론-마걸릿 교수는 "결국 예방접종이 집단면역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이스라엘뿐 아니라 미국, 영국 등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른 국가들은 한때 최악이던 코로나19 상황을 딛고 봉쇄 조치를 풀고 있다.

그는 그러면서 국가 경제를 재개하는 데 그린패스 제도가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린패스 소지자들이 마음 편히 실내 영업시설을 이용하면서 경제 활성화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다만 백신 접종을 장려하기 위해 이러한 '인센티브'를 강조하는 것은 부정적으로 봤다. 백신 접종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 불평등이 생길 수 있고,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린패스가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보건 전문가들은 또 아이들의 대면수업의 재개를 권고했다. 이스라엘은 통학을 완전히 정상화하고 있는데, 어린이들의 감염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칼데론-마걸릿 교수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예방접종을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어린이들 사이에서 보고된 코로나19 사례는 거의 없다"며 "장기 휴교는 비윤리적이다. 휴교는 최소한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인끼리의 전염이 월등히 많은 만큼 어린이들은 주요 감염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울러 인도, 동남아시아, 남미 등지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는 등 코로나19 상황이 여전히 나쁘다는 점을 들어 국경 통제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올해 초 신규 감염자 수가 급격히 치솟았는데, 대부분의 감염자들이 영국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였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 당국은 해외 입국자들이 코로나바이러스 슈퍼전파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자국민이 아닌 사람들에 대한 입국은 여전히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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