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주 LIVE] 조폭이 유공자로 둔갑했었나
버스참사가 드러낸 유공자 비밀
폭력배 논란 속 미국 도피
‘사람 보증’ 선정 과정 졸속 논란
‘진짜 유공자’ 위해 진실 밝혀야
입력 2021.07.10 03:00
낡은 아파트가 달리던 버스를 괴물처럼 덮쳤다. 지난 6월 9일,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버스 참사다. 하도급에 재하도급 구조, 재건축 입찰 비리 등 여러 소리가 나왔다. 사건이 가리키는 이름 중 문흥식(61) 당시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이 있었다. 그러나 이름이 정식으로 뉴스에 나온 건 6월 15일 경찰 발표를 통해서다. “문흥식 입건. 이틀 전 미국 시카고 출국.” 문씨는 평소 경찰의 관리대상 목록에 있던 인물이었다. 경찰이 몰랐을까. “니가 가라, 시카고.” 영화 대사가 떠올랐다.
5.18 민주화운동 41주년을 맞은 지난 5월 18일 오전 정부 기념식이 열리는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 입구에서 문흥식 회장의 식장 입장을 반대파들이 막으면서 충돌이 벌어졌다./김영근기자
광주 관련 3단체 중 회원 수가 가장 많은 곳 회장이 폭력 등 최소 전과 4범에 폭력조직 행동대장 출신이란 소식에 여론이 들끓었다. 대통령 뒤쪽에서 찍힌 사진, 이재명 지사와 손깍지 끼고 찍은 사진이 돌았다. 그는 대체 어떤 사람인가. 한 진보 인사에게 물어봤다. “나도 궁금해 물어봤더니, 거기 사람들도 다 몰라.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네.”
문씨는 2017년 광주시의 제7차 보상심의위원회(위원장 광주시장)를 통해 가장 약한 14등급 장애를 인정받아 유공자가 됐다. 그리고 2년 후 구속부상자회 회장이 됐다. 과거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1980년 5월 20일 광주역 지하실에서 시신 두 구와 부상자 한 명을 손수레로 옮기다 체포됐다가 풀려나 은신 중 체포됐다.” “군홧발에 손을 밟히고 맞았다.” KBS 시사프로그램 ‘시사직배송’이 문씨의 수상한 과거를 보도했다. “문씨가 얼굴 식별이 불가능한 흑백 사진을 증거로 냈다. 5·18단체장 한 명이 ‘내가 보증한다’고 말해 나도 통과시켰다”(당시 심의위원), “그날 시신은 시청 분수대에서 수습했다”(민주화 유공자), “조폭 출신이라는 과거를 은폐하고 5·18 유공자로 둔갑”했다는 구속부상자회의 6월 16일 성명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런 얘기도 들려왔다. “문흥식이 회장 출마 전, 미군 정보원이라는 사람을 데리고 광주 시내를 돌아다녔다더라.”
시계를 되돌려 본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5·18 발포 진상 규명’을 천명하고, 국회에서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이 통과됐다. 2019년 봄 ‘미국 501 정보단(미군 비밀첩보단) 소속 군사정보관’이었다는 김모씨가 나타났다. “1980년 5월 전두환 계엄사령관이 광주에 나타나 진압명령을 내렸다는 보고서를 썼고, 미국 대통령에게도 전달됐다”는 주장이었다. JTBC가 여러 번 보도했고, 김씨가 국회에서 증언했다. ‘전두환 현장 진두지휘’는 폭발성 큰 이슈였다. 1980년 기록을 영문판으로 내며 자료를 분석했던 이가 “확인해보니 김씨는 군사정보관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며 반박, 재반박이 이어졌다. 정작 대중은 전두환 현장 지휘를 기정사실화했다. 발생 40년이 된 ‘광주’는 다시 뜨거워졌다.
동서고금, 서울·광주·부산을 막론하고 사람 사는 세상엔 다 ‘옥에 티'가 있다.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3단체가 광복회, 재향군인회 등과 같은 지위를 누리는 ‘공법단체’로 승격됐기에 ‘티'를 걸러낼 의무감은 더 커질 것이다. 그래서 물어야 한다. 문흥식을 유공자로, 회장으로 민 뒷배는 누구였나.
조개를 억지로 열려 하면 입을 더 다문다. 5월 광주를 부정하고, 광주 사람을 모욕하면 스스로 칼 대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광주의 마지막 수배자였던 윤한봉씨는 귀국 후인 1994년 5·18 기념재단 출범에 주축이 됐다. 그리고 어떤 자리도 맡지 않았다. 그가 쓴 창립선언문은 이렇다. “5월은 명예가 아니고 멍에이며, 채권도 이권도 아니고 채무이고, 희생이고 봉사입니다. 5월은 광주의 것도, 구속자, 부상자, 유가족의 것도 아니고 조국의 것이고….” 시작은 국민의 인정과 성원, 그 다음이 당사자의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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