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애 응애!" 인천공항 온 아프간 아기, 목청 높여 울었다
소중한 입력 2021. 08. 26. 20:21 수정 2021. 08. 26. 20:54
[현장] 입국장 빠져나온 '특별기여자' 아프간인들.. 아이들 모습에 현장은 '안도의 한숨'
[소중한, 이희훈 기자]
▲ 아프간에서 한국을 도왔던 현지인 조력자들이 26일 오후 인천공항 1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 이희훈 |
"응애, 응애, 응애!"
인천국제공항에 아기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엄마 품에 안겨 '출구 E'로 입국장을 빠져나온 아기가 연신 목청을 높이자 현장에선 걱정과 안도의 한숨이 교차했다.
우리 외교부의 '미라클' 작전으로 아프가니스탄(아프간) 현지에서 구출된 현지 조력자들이 약 11시간 비행 끝에 한국 땅을 밟았다. 이날 오후 4시 24분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들은 코로나19 PCR 검사와 입국 수속을 거쳐 오후 6시 5분부터 하나, 둘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당초 알려진 대로 이들 중 상당수가 현지 조력자들의 자녀들이었고, 그들 중 대부분 또 영유아였다. 다소 긴장한 표정의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대체로 천진난만한 모습이었다.
분홍색, 하얀색 인형을 저마다 손에 든 아이들은 입국장 밖에서 기다린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어보였다. 부모 손을 잡은 채 쭈뼛대던 아이도, 카트에 올라 손가락으로 갈 길을 가리키던 아이도 연신 터지는 카메라 셔터가 신기한 듯 미소를 내보였다.
엄마의 허리춤을 살짝 넘는 키의 아이는 방역복으로 온 몸을 감싼 경찰 관계자가 신기한지 한참을 쳐다보며 손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12번 출구를 통해 인천공항 건물 밖으로 빠져나간 아이들은 버스에 타서도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제 몸만큼이나 큰 인형을 든 채 연신 방긋거리는 아이들 덕분에, 어른들도 여유를 찾은 듯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 카메라에 감사의 표현을 전했다.
진천 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격리 및 정착교육
▲ 아프간에서 한국을 도왔던 현지인 조력자들이 26일 오후 인천공항 1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 이희훈 |
'특별기여자' 신분으로 이날 입국한 아프간인들은 한국 대사관,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KOICA), 바그람 한국병원과 한국직업훈련원, 차리카 한국 지방재건팀(PRT) 등에서 일하며 한국의 아프간 재건 활동을 도왔던 이들로 총 378명이다. 당초 수송기에 391명이 탑승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13명은 이후에 입국할 예정이다. 전날 외교부는 한국을 도운 이유로 탈레반 세력으로부터 위협을 받던 아프간인 427명 중 국내 잔류를 결정한 36명을 제외한 391명을 모두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이들의 입국 직전 인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을 도운 친구들을 우리는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라며 "(오늘 입국하는 이들이) 우리와 함께 일했다는 사실 때문에 지금 (탈레반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모른 채 할 수 있겠나"라고 밝혔다.
이날 한국에 도착해 코로나19 PCR 검사를 받은 아프간인들은 충북 진천의 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격리 및 정착교육 등으로 최대 8주간 머무를 예정이다.
이들에겐 우선 단기방문(C-3) 도착비자가 발급돼 입국 자격이 부여된다. 이어 장기체류를 허용(F-1)하는 자격으로 신분이 변경된 후 임시생활 단계가 지나면 취업이 자유로운(F-2) 자격을 부여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 법령상 이들에게 F-2를 줄 순 없는 상황이라, 법무부는 '대한민국에 특별한 기여가 있거나 공익 증진에 이바지한 외국인'에게 F-2를 줄 수 있도록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들이 격리될 공무원인재개발원엔 의료진(의사 4명, 간호사 6명)이 배치되며, 법무부에서도 외국인 업무에 전문성이 있는 직원 40명을 파견했다.
박 장관은 "이분들은 당분간 심리안정이 필요하다. 국민 여러분들의 응원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아프간 친구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시기로 한 충북도민과 진천, 음성군민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라며 "(아프간인들이) 체계적인 사회통합 교육을 통해 빠른 시간 내에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도움을 주겠다. 이번 기회에 우리를 도와준 이들을 져버리지 않는 포용적이고 의리감 넘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들의 깊은 이해와 지원을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
▲ 아프간에서 한국을 도왔던 현지인 조력자들이 26일 오후 인천공항 1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 이희훈 |
▲ 아프간에서 한국을 도왔던 현지인 조력자들이 26일 오후 인천공항 1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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