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동규, 이재명에 "김만배에 사업자금 11억 빌려" 소명
김민중 입력 2021. 10. 04. 05:00 수정 2021. 10. 04. 06:13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사진 JTBC캡처]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을 주도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 체포 직전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에 “화천대유자산관리(민·관합동 시행사의 민간사업자)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사업자금 3억 5000만원을 빌려 유원오가닉(현 유원홀딩스)을 설립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이후에도 두세 번 개인 사업자금으로 빌린 것까지 포함해 김씨 측에서 총 11억 8000만원을 빌렸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재명 지사 측은 앞서 화천대유 투자자인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대주주)가 “유 전 본부장에게 10여억원을 전달했다”라고 폭로하는 내용의 대화 녹취록과 자술서 등을 검찰에 제출한 사실이 공개된 직후 유 전 본부장을 만나 직접 소명을 들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은 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특가법상 뇌물 등 혐의로 구속됐다. 대장동 특혜 의혹 구속 1호다. 주주협약서 등에서 초과 이익 환수를 포기하고 화천대유에 수천억원 이익을 몰아준 건 성남시에 대한 배임이라고 법원이 인정한 의미로도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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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체포 전 이재명에 “김만배한테 3차례 총 11억여원 빌렸다” 실토
이날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지사 측은 지난 1일 유 전 본부장 체포 직전 과거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함께 근무한 캠프 관계자를 보내 유 전 본부장의 천화동인 지분 차명 소유 의혹과 10억원대 금품 수수 의혹 등 ‘대장동 녹취록’에 관한 소명을 들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은 “김만배씨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1호’ 등에 차명 지분이 있지도 않고 그쪽으로부터 리베이트 약정을 하거나 실제 받은 건 일절 없다”고 부인했다고 한다.
대신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말 경기관광공사 사장에서 퇴임(2020년 12월)한 뒤 생계를 위해 사업을 하기로 했는데 김만배씨에게 돈을 빌리게 됐고 이후에도 이런저런 사업구상을 하면서 두세 차례 더 빌리면서 규모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이 이 지사 측에 한 해명에 따르면 처음 대주주 김씨에게 3억 5000만원을 경기관광공사 사장 퇴임 이후 사업자금 명목으로 빌렸고 실제 이 돈으로 2020년 11월 10일 천연비료 업체 유원오가닉(올해 1월 유원홀딩스로 개명, 자본금 1억원)을 세웠다고 한다. 유원홀딩스의 ‘유원’은 유 전 본부장의 성과 숫자 1을 합친 단어로 알려져 있다. 이후 5억, 3억원 등 두세 차례 더 돈을 빌리면서 총 차용 금액이 11억 8000만원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매번 차용증도 썼다고 한다.
이재명 지사가 지난달 30일 민주당 경선 토론회에서 “민·관합작은 마귀와의 거래”라며 “(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에) 일부 오염이 된 것 같다”라고 발언한 건,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측과 금품 거래를 시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이 김씨로부터 처음 3억 5000만원을 빌려 회사를 설립했다는 해명은 지난해 10월 “개발 수익금 중 700억원을 별도 회사를 세우고 투자하는 방식으로 유 전 본부장에 제공한다”라는 대장동 녹취 내용과 일부 부합한다. 다만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과 자술서에 서너 차례 등장하는 금액(8억 3000만원, 5억원, 3억원 등)과 정확하게 일치하진 않는다. 녹취록에 유원홀딩스 혹은 유원오가닉이라는 회사명이 언급된 적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9월 27일 김만배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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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측 “동업자에 빌린 돈” 말 바꿔…김만배 “전혀 모르는 얘기”
유 전 본부장 측은 이날 11억 8000만원의 출처에 대해 “화천대유와 무관하며 동업자인 정민용 변호사에 빌린 돈”이라고 말을 바꿨다.
유 전 본부장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이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그만두고 정민용 변호사와 노후 대비용으로 천연비료 사업을 동업하면서 정 변호사로부터 동업회사 주식을 담보로 11억 8000만원을 빌리고 차용증을 썼다”며 “김만배씨의 배당금은 김씨가 이미 처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3일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직전에는 “정 변호사와 쓴 차용증을 검찰에 제출했다”라고도 했다.
정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민간사업자로 화천대유를 선정할 당시 투자사업팀장으로 심사에 참여했고, 지난해 유원홀딩스 설립 당시 대표이사로 현재 사내이사다.
김만배씨 측 변호인도 역시 “김씨는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고 한다”며 “유 전 본부장 11억 8000만원의 자금 출처가 김만배씨라는 주장은 입증이 안 된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지난달 27일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대장동 핵심 인물들이 나눠온 대화 녹취 파일 19개를 확보한 상태다. 이 파일들에는 지난 2년간 정 회계사와 김만배씨, 유 전 본부장 등 사이에 오간 대화 음성이 들어 있다고 한다. 404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포함한 막대한 수익을 어떻게 재분배할지 논의하는 내용 등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이 김씨 명의로 천화동인 1호 지분을 차명 보유하고 700억원을 배분받기로 약속했다는 의혹도 이 녹취 파일들에서 비롯됐다.
김민중·박건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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