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세계에 없을 ‘주한 중국 대사관’

감투봉 2022. 2. 18. 17:06

[만물상] 세계에 없을 ‘주한 중국 대사관’

 
입력 2022.02.11 03:18

 

9일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베이징 올림픽 편파 판정과 탈북민 강제 북송 반대 등을 주장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선일보 DB</figca1882년 나라 군대가 서울에 진입해 임오군란 배후라며 대원군을 납치해 갔다. 반항하던 대원군을 억지로 가마에 태운 게 스물세 살 위안스카이(袁世凱)라고 한다. 그는 조선 군대를 진압한 공로로 ‘총독’이 됐다. 정치는 물론 통신, 선박 운항까지 좌우했다. 식민지 수준의 내정간섭을 했다. 1892년 주조된 동전에 ‘대(大)조선’이란 국호가 들어가자, 위안스카이는 ‘대’자를 빼라고 했다. 조선은 1894년 청일전쟁으로 위안스카이가 떠난 이후에야 ‘대’자를 다시 집어넣었다. 중국 속박에서 벗어난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이 서울의 ‘독립문’이다.▶위안스카이 이후 한·중 관계를 다시 연결한 것이 1992년 수교다. 처음 한국에 온 중국 외교관들은 덩샤오핑 말대로 ‘도광양회(뒤에서 힘을 기른다)’했다. 한국 발전을 배우려 했다. 2006년 주한(駐韓) 중국 대사처럼 김정일 방중 관련 정보를 한국 인사에게 언급했다가 체포돼 곤욕을 치른 경우도 있었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성공한 것도 상대국 마음을 얻으려 한 외교가 큰 몫을 했다.
▶그런데 시진핑 집권 후 완전히 달라졌다. 중화가 부흥했으니 엎드리라는 식이다. ‘전랑(늑대) 외교’다. 호주 주재 중국 외교관은 호주의 핵잠수함 개발에 “못된 놈”이라고 했다. 파키스탄 주재 외교관은 가운뎃손가락을 드는 그림도 올렸다. 한국의 중국 외교관은 더하다. 북핵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드’를 도입했는데 북핵을 방조한 중국의 외교관들이 “한중 관계 파괴”라고 거꾸로 협박한다. 우리 기업인을 불러 ‘보복’을 경고하기도 했다. 한국 대선 후보의 발언까지 시비한다.▶9일 주한 중국 대사관이 “일부 한국 언론과 정치인이 반중(反中) 정서를 선동했다”는 입장문을 냈다. 지금 세계 주요국과 언론이 베이징올림픽의 편파 판정을 비판하고 있는데 한국만 찍어 공격한 것이다. “엄중한 우려와 엄정한 입장을 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요즘 전 세계 어떤 해외 공관이 주재국 언론과 정치인을 겨냥해 협박하고 훈계하나. 불만이 있다면 주재국 외교부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 외교 상식이고 기본인데도 깡그리 무시했다.

▶시진핑은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그래도 침묵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라고 부르며 한국을 “작은 나라”라고 했다. 중국 장관급이 문 대통령 팔을 툭 쳐도, 문 대통령 특사를 중국 지방관이 앉는 하석(下席)에 앉혀도 가만있었다. ‘세계에 없을 주한 중국 대사관’은 우리가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