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軍자금, 머스크 스타링크… 이런 전쟁은 없었다
미하일로 페도로크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은 26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전 세계 개발자들이 우크라이나의 IT 군대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궁지에 몰린 우크라이나를 위해 러시아의 주요 에너지 기업과 금융회사에 사이버 공격을 가해달라고 했다. 우크라이나의 정부 기관들은 이미 지난 15일부터 대량의 트래픽을 유발하는 러시아의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 공격으로 마비된 상태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12월부터 우크라이나 주요 시설의 데이터를 삭제하는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이번 전쟁이 공습과 총격전뿐만 아니라 사이버전(戰)이 동시에 일어나는 ‘하이브리드 전쟁’이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6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에게 “(머스크가 운용하는 위성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를 개통해달라”고 요청했다. 머스크는 “현재 서비스가 작동되고 있고 더 많은 서비스가 지원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지구 저궤도에 있는 수천대의 위성을 활용하는 스타링크 서비스는 지상의 기지국이나 인터넷 회선이 파괴되더라도 안정적인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하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해킹에 대항할 수 있는 중요한 인프라를 확보한 것이다.
전 세계 수십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소셜미디어는 선동과 호소의 채널로 활용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사기를 꺾기 위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탈출했다”는 식의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있다. 이에 맞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치인들은 소셜 미디어로 전 세계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구글의 지도·교통 서비스 구글맵은 러시아군에 대한 척후병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로 침공하는 과정은 물론 우크라이나 내 움직임까지 구글맵에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있다. 새벽 시간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발생한 비정상적 교통체증이 이동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구글맵에 표시되면서, 네티즌들은 러시아의 공식 발표 몇 시간 전에 침공을 파악했다. 가디언은 “실시간으로 스마트폰 위치를 추적하는 기능 덕분에 러시아군이 어떤 도시에 접근하는지, 어떻게 포위하는지까지 볼 수 있다”면서 “10년 전에는 없었던 기술”이라고 했다. 상업용 위성사진을 촬영하는 민간회사들도 러시아 군대의 규모와 무기를 또렷하게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이번 전쟁에선 ‘사상 최초의 가상화폐 전쟁’(미 워싱턴포스트)도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침공 뒤 우크라이나 비정부기구, 자원봉사단체 등에는 전 세계에서 가상화폐 기부금이 410만달러(약 50억원) 이상 송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를 이용하면 국가 같은 지역적 송금 한계가 없고 실시간 전송이 가능하며, 신분을 밝히지 않아도 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전쟁 중에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은행이나 현금보다 가상화폐가 더 안전한 수단이 된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경제제재를 피하기 위해 가상화폐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미래 전쟁 완전히 바뀔 수도
기술의 발달이 가속화하면서 미래 전쟁의 방식 자체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국 군대가 직접 총을 들고 대규모 교전을 벌이는 일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내년 인간 파일럿과 AI(인공지능) 파일럿의 공중전 대결을 진행할 계획이다. 2020년 인간과 AI의 시뮬레이션 대결에서는 AI가 5대0으로 승리했다. 지난해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 그룹 리더와 AI의 전투에서도 AI가 압승을 거뒀다. 미 뉴요커는 “AI 파일럿은 조종사가 탈 공간이 필요없기 때문에 경량화가 가능하고, 인간에 비해 속도와 기동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AI 전투의 우위는 엔진이나 미사일이 아니라 ‘알고리즘 경쟁’에서 갈린다. 미 IT 매체 와이어드는 “미래 전쟁은 용감한 비행사가 아니라, 숙련된 코딩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투에 활용할 수 있는 인간형 로봇과 군사용 짐꾼 로봇도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국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장] "이재명은 국제망신"..윤석열 유세 현장 등장한 우크라이나 국기 (0) | 2022.02.28 |
---|---|
"오빠가 왜 우크라에"..러軍 가족들, 포로 영상에 충격 (0) | 2022.02.28 |
푸틴, 핵무기 운용부대에 경계령…양국 대표단 회담엔 합의 (0) | 2022.02.28 |
특파원 리포트] 미 NSC 전 국장이 본 우크라이나 전황은?.."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0) | 2022.02.27 |
무기 버리란 말에 “꺼져라!”… 끝까지 맞선 우크라 경비대, 결국 전멸 (0) | 2022.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