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 1만3000㎞… 다탄두땐 워싱턴·뉴욕 동시 타격
북한은 지난달부터 정찰위성 발사를 ICBM급 미사일 발사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번에 6200㎞ 고도까지 고각(高角) 발사함으로써 순수 무기용 ICBM을 시험했음을 자인했다. 정찰위성은 보통 500~700㎞ 저궤도를 비행하는데 이날 발사된 미사일은 정찰위성 궤도보다 10배나 높은 고도까지 올라갔고, 비행시간도 일반적인 우주발사체보다 길었다. 최대 고도 6200㎞는 세계 탄도미사일 개발 사상 가장 높이 올라간 것으로 평가된다.
2017년 화성-15형은 탄두중량을 1t 미만으로 줄일 경우 최대 사거리가 1만3000㎞에 달해 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북한에서 1만3000㎞면 동부지역을 포함, 미 전역을 때릴 수 있기 때문에 사거리를 굳이 1만3000㎞ 이상으로 늘릴 필요가 없다. 국방백서는 화성-15형의 최대 사거리는 1만㎞ 이상, 탄두중량은 1t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미사일 전문가인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북한이 화성-15형 개량형을 쐈다면 2단 로켓 엔진을 강화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북한이 이제 1t급 탄두로 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강력한 ICBM를 보유하게 됐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미 핵탄두 소형화에 어느 정도 성공해 1t급 탄두면 수소탄도 충분히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16일 화성-17형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다른 ICBM를 서둘러 발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소식통은 “지난 16일 공중 폭발 당시 평양 시내에서 폭발 장면이 목격되고 파편이 평양 인근에 떨어졌다.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일정을 앞당겨 ICBM을 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이번에 화성-17형과 비슷하게 다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ICBM을 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이 이번 시험 발사에서 다탄두를 시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화성-17형의 경우 2~3개 가량의 다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돼 왔다. 다탄두 미사일은 여러 탄두가 하나의 목표를 타격하는 MRV(다탄두 재돌입체)와, 여러 탄두가 서로 다른 목표물을 타격하는 MIRV(다탄두 각개 목표 설정 재돌입체) 등이 있다. MIRV는 각각의 탄두가 서로 다른 목표물을 타격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매우 힘들다.
이에 따라 북한이 현재로선 MIRV보다는 MRV 기술을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해 1월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의 5대 핵심 전략무기 중 다탄두(MIRV) ICBM도 포함시켰기 때문에 단시간내 MIRV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군 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북한이 MIRV 기술을 확보하면 미 워싱턴과 뉴욕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고, 그만큼 미국이 미사일방어(MD)망으로 북 ICBM 탄두를 요격하기도 어려워진다. 북한이 앞으로 대기권 재진입 등을 제대로 시험하기 위해 고각 발사 대신 정상 비행 궤도로 일본 열도를 넘겨 ICBM를 쏘는 등 추가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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