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요직에 윤석열 사단... 친문은 줄줄이 좌천
‘조국 수사 총괄’ 송경호, 중앙지검장 맡아... 전 정권 수사 속도낼 듯
법무부는 18일 검사장급 이상 18명의 승진·전보를 포함한 43명의 검찰 인사를 발표했다. 공석(空席)인 대검 차장과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이원석 제주지검장과 송경호 수원고검 검사가 배치됐고, 법무부 검찰국장은 신자용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교체됐다. 이들을 포함해 문재인 정권에서 좌천을 거듭했던 ‘윤석열 사단’ 검사들은 주요 보직에 발령 난 반면, 친문(親文) 성향 검사들은 한직(閑職)으로 좌천됐다. 이들은 오는 23일 자로 부임할 예정이다.
고검장급인 대검 차장으로 승진한 이원석(사법연수원 27기) 제주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당시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지내는 등 ‘친윤(親尹)’ 검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검사장으로 승진해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을 지휘하게 될 송경호(29기) 수원고검 검사는 중앙지검 3차장으로 ‘조국 수사’를 지휘했다가 이후 좌천 인사를 당했다. 검찰 예산·인사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에 발탁된 신자용(28기) 서울고검 송무부장은 한동훈 법무장관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일 때 특수 1부장을 맡았고, 이후 중앙지검 1차장을 지냈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찍어내기’에 앞장서거나 ‘문재인 정권 수사’를 뭉갰다는 평가를 받는 검사장급 이상 7명은 좌천됐다. 이성윤 서울고검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났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한동훈 현 법무장관을 ‘채널A 사건’ 수사를 이유로 좌천시키면서 줬던 보직이다. 구자현 법무부 검찰국장, 신성식 수원지검장, 이종근 서울서부지검장도 일선 고검 차장 등으로 발령 냈다.
이번 인사에 대해 법무부는 “최근 검찰총장, 대검 차장 등의 사표 제출로 인한 검찰 지휘부의 공백, 법무·검찰의 중단 없는 업무 수행 필요성 등 인사 수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 안팎에선 “지난 정권이 왜곡한 인사를 바로잡는 것” “특수통 검사의 전진 배치”라는 평가와 함께 “‘윤석열 사단’에 대한 편중 인사”라는 비판도 나왔다.
법조인들은 송경호 수원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한 배경에 대해 “지난 정권에서 지지부진했던 주요 사건 수사를 재개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또한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총괄하게 되는 서울남부지검장에 양석조(29기) 대전고검 인권보호관을, 수원지검장에 홍승욱(28기) 서울고검 검사를 각각 검사장으로 승진·임명한 것도 같은 의미로 받아들였다. 양석조 검사는 2020년 1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과 관련해 한 상갓집에서 ‘조국 전 민정수석 무혐의’를 주장한 심재철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에게 “당신이 검사냐”고 소리를 쳤던 인물이다.
양 신임 남부지검장은 국산 가상 화폐 루나코인의 시가총액 폭락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지휘부는 이날 최근 시가총액 수십조원이 증발해 전 세계 투자자 20만명에게 피해를 입힌 이 사건을 ‘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 1호 사건’으로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승욱 검사는 2019년 서울동부지검 차장으로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수사를 지휘한 뒤 좌천된 바 있다. 2019년 하반기 서울중앙지검 4차장을 지냈다 좌천됐던 한석리(28기) 법무연수원 교수도 검사장으로 승진해 서울서부지검장을 맡았다.
윤석열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대검에서 보좌했던 권순정 부산서부지청장은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김유철 부산고검 검사는 선거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공공수사부장에 임명돼 각각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향후 이들이 지휘할 주요 사건 수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꼬리 자르기’ 의혹을 받은 ‘청와대의 기획사정 의혹’과 관련,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수사 중이고,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 거론된 ‘50억원 클럽 의혹’도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수원지검은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 중이고, 이날 부활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라임·옵티머스 재수사를 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고검장에는 김후곤(25기) 대구지검장이 고검장으로 승진해 자리를 옮긴다. 서울고검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관련 불기소 처분을 받았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전 민정수석 등에 대한 재수사 여부 검토를 맡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차장 검사에도 윤석열 사단이 전면 배치됐다. ‘채널A 사건’ 당시 대검 형사1과장으로 윤석열 징계위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가 2차장, 대검 형사정책담당관 출신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에 파견 갔던 박기동 원주지청장이 3차장, 2019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조국 일가 수사’를 맡았던 고형곤 포항지청장이 4차장을 맡는다.
법조계에서는 이날 김후곤 신임 서울고검장과 이원석 신임 대검 차장검사가 검사장에서 고검장으로 승진한 것을 두고 “곧 있을 검찰총장 인사를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 고검장은 ‘윤석열 사단’은 아니지만 최근 ‘검수완박’ 국면에서 대국민 여론전의 선두에 서면서 후배들의 두터운 신망을 얻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에 참여했던 이 차장검사는 윤 대통령이 2019년 검찰총장으로 부임했을 때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근무하는 등 그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번 인사 대상에는 빠졌지만 ‘월성 원전 사건’을 지휘했던 이두봉(25기) 인천지검장도 차기 총장 후보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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