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무소속 당선자들 “검수완박 다수당 횡포라더라”
무소속들 6·1 민심 진단 “민주당 텃밭 변화 조짐”
“대선에서 혼 나고도 쇄신 안해”
국민의힘 이정현 전남지사 후보
“6번 출마해 늘 항의 받았었는데
이번엔 한 번도 욕 듣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국민의힘이 약진하고 무소속 후보가 대거 당선된 데 대해, 국민의힘 이정현 전남지사 후보는 3일 “이제 호남에서 ‘민주당이 막대기만 꽂아놔도 된다’는 건 통하지 않음을 확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호남의 무소속 당선인들도 “민주당이 대선에서 지고도 반성 기미도 안 보이니까 민심이 심판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남지사 선거에서 18.81%로 보수 정당 사상 역대 최다 득표를 한 이정현 후보는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전남에서 2030세대부터 일어나 ‘벌거벗은 임금님’ 같은 민주당을 고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벌거벗은 임금님’ 동화에서도 어른들이 겁을 내고 침묵할 때 아이들이 ‘임금님이 벗고 있다’고 고발하지 않느냐”며 “똑같은 모습이 전남 2030세대를 통해 일어난 것”이라고 했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 호남 광역 후보자 3인 모두가 선거 비용 전액을 보전받을 수 있는 ‘득표율 15%’를 넘었다.
이 후보는 “과거엔 선거 연설 중 ‘민주당이 공천 등으로 주권자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하면 거센 항의로 거의 돌팔매를 맞았다”며 “그런데 이번엔 민주당을 비판하면 2030 젊은이들이 커피숍에서 뛰어나와 호응해주더라. 내가 지금껏 광주·순천 등 호남에서 총 6번 출마했지만 이번이 단 한 번도 욕을 듣지 않은 유일한 선거”라고 했다. 이 후보는 “선거 내내 ‘정치의 전남’이 아닌 ‘삶의 전남’으로 바꿔야 된다고 했고, 여기에 유권자들이 큰 호응을 보여줬다”며 “이제 호남에서도 ‘여야가 있는 정치’를 보고 싶어 한다는 욕구를 확인했다”고 했다.
무소속으로 영광군수에 당선된 강종만 당선인은 “민주당이 의원 숫자가 많다고 자만에 빠졌다”며 “대선 패배 후에도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았다”고 했다. 강 당선인은 “검수완박만 해도 현장에 가보면 ‘다수당 횡포 아니냐’ ‘소수 의견을 수렴해 공감대를 형성했어야 한다’고들 하신다”며 “유권자를 ‘표 찍는 기계’로만 보고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 못 들은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순천시장에 당선된 노관규 당선인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공정과 상식이 무너져 대선에서 혼이 났는데, 대선 이후에 쇄신하지 않고 (예전보다) 더 심하게 하니까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무소속 당선인들은 호남 지역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고소·고발과 음해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점도 지적했다. 노 당선인은 “좋은 절차로 좋은 후보를 공천하는 게 아니라 후진 절차로 당 마음대로 후보를 내놓으니까 무소속이 경쟁력이 있었던 것”이라며 “지역민이 엄청나게 분노했다. 그게 아니면 어떻게 내가 1만8000표 가까이 이겼겠느냐”고 했다. 노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55.77%를 득표해 민주당 오하근(41.90%) 후보에게 13%포인트 이상 앞섰다. 무소속 박홍률 목포시장 당선인도 “뭐니 뭐니 해도 공천 부작용이 많았다”며 “대선 때 통합론을 부르짖더니 정작 지방선거 공천에서는 다 배제해 버렸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서 “(전국에서 가장 낮았던) 광주 투표율 37.7%는 현재의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강기정 광주시장 당선인은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탄핵이라고 평가하기보다 사랑이다”라면서도 “민주당이 혁신하지 못하고 대선 패배를 제대로 치유하지 못하는 걸 보면서 그냥 투표를 안 하겠다고 37.7%로 냉정하게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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