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014년 이후 얼굴 성형에 쓰이는 국소 마취제를 비롯해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전신 마취제 등을 다량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3일 청와대가 2014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구입한 의약품 전 품목(323종 23만4044개·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을 의료 전문가들과 함께 분석한 결과다.
청와대는 2014년 6월 보톡스나 필러, 레이저 시술을 하기 전에 사용되는 ‘엠라5%크림’(개당 5g) 5개를 구입했다. 이 크림은 대다수 성형외과에서 성형 시술에 사용하는 것으로 주삿바늘, 레이저 시술로 발생하는 통증을 막기 위해 얼굴 전면에 바르는 제품이다.
청와대는 또 전신 마취제인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개당 10mL)를 2014년 11월과 지난해 11월 두 차례에 걸쳐 30개나 구매했다. 의료계에서 이 약품은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린다. 한 성형외과 의사는 “이 약품은 성형 시술 전 마취할 때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또 ‘수면제’인 ‘서카딘서방정’(개당 2mg)도 지난해 11, 12월 무려 600개나 청와대로 반입됐다. 이 약품은 수면의 질이 저하된 55세 이상의 불면증 환자 치료제로 쓰인다. 수면제가 청와대 내 누구에게 사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밖에 청와대는 △전립샘비대증 치료제이자 탈모 방지 약품인 ‘프로스카’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팔팔정’ 등도 다량 구입했다.
청와대 측은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는 프로포폴 성분도 아니고 응급 상황에 대비해 의무실장이 늘 휴대하는 필수 약품일 뿐”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