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청문회-최순실]
朴대통령 관련 질문에 초반 묵묵부답… 점차 입 열어
'대통령에 대한 감정 어떠냐' 묻자 최씨, 한동안 침묵 지키다가
"대통령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
'누굴 제일 원망하냐'엔 "나 자신이 제일 원망스럽다"
최씨,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대통령에 떠넘기려는 모습 보여
최씨는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당신을 '시녀같이 심부름이나 하던 사람이고 자기와는 눈도 못 맞췄다'고 했다"고 한 의원이 말하자 고개를 들고 "그런 소리를 했어요? 나는 그런 얘길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의원들은 "최씨가 이 대목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말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을 줄 몰랐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경기도 의왕의 서울구치소 수감동에서 최씨를 만나 2시간 30여분에 걸쳐 비공개로 접견 조사를 했다. 의원들에 따르면 최씨는 의원들이 모인 방에 들어오면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입만 드러내놓고 있다가 의원들이 지적을 하자 눈을 내리깔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벗었다고 한다.
최씨는 청문회 초반에는 박 대통령 관련 질문에 대부분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의원들이 "대통령에 대한 감정은 어떠냐"고 묻자 얼굴을 들지 못한 채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최씨는 "대통령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몸과 마음이 어지럽고 심경이 복잡하다"고 했다. "대통령에게 서운한 것이 있느냐" "본인이 없었으면 대통령이 제대로 된 역할을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대통령을 가족처럼 생각하느냐" "당신이 대통령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느냐" 등의 질문에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한숨을 쉬거나 회한에 찬 표정을 짓기도 했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그러나 청문회가 다소 진행되면서 자신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선 박 대통령이 연관됐어도 조금씩 입을 열었다고 한다. 최씨는 자신이 운영한 박 대통령 관련 '사설 의상실'과 CCTV에 같이 포착된 이영선·윤전추 행정관에 대한 질문에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포폰을 만들어 줬느냐'는 질문에는 "박 대통령에게 대포폰을 준 적 없다"고 했다. 또 "박 대통령에게 가방을 가져다주기는 했다"고도 했다. 의원들이 "고영태가 만든 (상표인) '빌로밀로' 제품이냐"고 묻자 "그렇지 않다"고 했다. 또 최씨는 자신의 청와대 출입(出入)에 대해 인정은 하면서도 "빈번한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 의원은 "최씨는 청와대 출입에 대해서 답변을 회피하거나 부정했다"며 "갔다고는 해도 자주는 가지 않았다는 식이었다"고 했다. 최씨는 특히 "청와대에 가서 김밥도 싸서 나왔다고 하는 보도가 있다"는 질문을 받자 강한 어조로 "그런 적 없다"고 했다고 한다.
최씨는 "당신 한 몸 죽어서라도 박 대통령 탄핵이 기각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다시 입을 다물었다. "누굴 제일 원망하느냐"고 묻자 최씨는 "나 자신이 제일 원망스럽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박 대통령 덕에) 지금까지 신나게 사셨잖아요"라고 하자 최씨는 "신나게 살지 못했다"고 했다. 박 의원이 "여기서도 (그 덕에) 특혜를 받고 있지 않으냐"고 하자 최씨는 "내가 유명해진 사람이라 (구치소에서) 신경을 쓰는 것이지 특혜를 받는 건 없다"고도 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박 대통령에 대한 감정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대통령에게는 서운한 감정이 있는 것 같았다"며 "박 대통령에게 서운한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딱 잘라서 없다고 하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도 "현재 박 대통령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
르·K스포츠재단 설립엔 당신이 어떻게 관여됐느냐'고 하니까 '대통령의 아이디어라는 공소장을 인정한다'는 식으로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최씨는 '미르·K스포츠재단이 본인 아이디어 아니냐'는 질문에는 명확하게 "내 아이디어가 아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의원들은 "최씨가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대통령에게 떠넘기려고 하는 듯한 모습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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