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2년 전부터 최순실 비호한 여당의 간신(奸臣)들

감투봉 2017. 1. 9. 08:05

2년 전부터 최순실 비호한 여당의 간신(奸臣)들

여(與), 2014년부터 ‘정윤회 아닌 최순실이 실세’ 알고 있었다!

⊙ 여당 의원들이 야당 향해 “정유라에게 사과하고 보상하라”며 거세게 나온 이유는
⊙ 승마협회 관련 문체부 현장조사 결과 “정윤회가 아닌 최순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보고
⊙ “정윤회는 그나마 말이 통하는 사람이지만 최순실은 건드리면 큰일 난다”고 3년 전부터 소문 확산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2014년 4월 국회 본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정유라 승마 국가대표 선발 특혜에 대해 지적했다.
여당 국회의원들은 2014년 4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대정부 질문에서 승마선수 정유라(최순실의 딸)의 특혜 의혹에 대해 극구 부인하며 감쌌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그 후 승승장구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정유라가 국가대표 선발과 관련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새누리당 교문위 소속 박인숙·염동열·김희정·강은희·김장실·박윤옥·이에리사 의원은 정유라를 옹호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정유라에게 보상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다. 당시 있었던 여당 소속 의원들의 주요 발언이다.

“이 선수(정유라)의 장래를 어떻게 책임질 건가. 심리적인 부분을 보상해야 한다.”(이에리사)

“촉망되는 선수가 악성루머 때문에 기가 꺾이고 인격을 모독한 점에서 (정유라가) 사과를 받아야 한다.”(박인숙)

“안타깝다. 훌륭한 선수는 보호하고 또 육성하고 잘 지도해 줘야 한다.”(박윤옥)

“선수의 부모님이 누구라는 이유로 이렇게 훌륭한 선수에 대해서 음해를 하는 것은 문체부가 두고 보고 있으면 안 될 일이다. 아주 단호하게 대처해 달라.”(김희정)

“정유라씨에 대한 사실들은 허위사실이라는 것이 밝혀졌다.”(강은희)

이후 김 전 의원과 강 전 의원은 각각 2014년 7월, 2016년 1월 차례로 여성부 장관에 임명됐다.

김희정 전 장관은 “야당의 정치공세라고 생각해 강하게 나갔던 것”이라며 “자료를 받아보니 (정유라의) 성적이 늘 1, 2위라 우수한 선수인 줄로만 알았지 참가자가 한두 명밖에 없는 대회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내 불찰”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이유만으로는 여당 의원들의 과도한 공격을 설명하기 어렵다. 정치인들의 속성상 권력의 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잘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들은 왜 정유라를 과하게 보호했을까

2014년 국회 교문위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이 이른바 ‘승마협회 살생부’를 들어보이며 질의하고 있다.
여당 의원들이 이처럼 과도한 방어 및 공격을 한 이유를 안민석 의원의 말에서 그 일단을 찾아볼 수 있다. 승마협회 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현 정권의 실세는 정윤회가 아니라 최순실임이 밝혀졌고 일부 여당 의원들이 이를 간파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안 의원은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이 최순실·정유라에 대해 알고 있다는 확신이 50% 정도였는데, 이후 차관이 2번이나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상임위에서 여당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공격하면서 100%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정도로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는 것을 보니 (최순실이 실세라는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한 게 벌써 2년 전”이라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은 최순실 관련 의혹 제기에 가장 적극적인 야당 의원이다.

‘정유라 승마계 특혜설’이 나온 사연을 되짚어보자.

2013년 4월 경북 상주에서 한국마사회컵 전국승마대회가 열렸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출전권이 걸린 대회였다. 당시 정유연(정유라)은 준우승에 그쳤다. 이때 이례적으로 경찰이 출동해 경북승마협회를 두 차례에 걸쳐 조사했다. 이 수사는 비교적 조용히 마무리됐지만 다음달인 5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청와대 지시로 대한승마협회 특별감사에 들어갔다.

감사 결과 “승마협회 내부에서 최순실씨와 관련해 벌어진 파벌싸움을 정리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자 박근혜 대통령은 그해 8월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을 불러 감사를 주도한 담당 국·과장을 “참 나쁜 사람들”이라고 칭하며 교체를 지시했다. 해당 국장과 과장은 타부서 한직으로 전보 명령을 받았다. 그 직전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비서관도 전격 해임됐다. 이후 유진룡 장관은 “청와대에 찍혔다”는 소문에 시달리다 다음해인 2014년 7월 면직됐다.


“정윤회가 아닌 최순실이었다”

2014년 당시 정유라를 적극 두둔했던 강은희, 김희정 의원은 공교롭게도 둘 다 여성가족부 장관 자리에 오른다.
이 과정에서 ‘실세는 정윤회 아닌 최순실’이라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19대 국회에서 교문위를 거친 비박계 전 의원의 얘기다.

“2013년 5월 승마협회 감사가 시작돼 문체부와 교문위 관계자들이 경북과 강원 등 승마대회가 열린 곳 모두 현장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최순실’이라는 이름밖에 안 들리는 겁니다. 사실 당시 준우승한 정유라가 우승자와 점수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최순실이 ‘협회에 비리가 있고 결과가 잘못됐다’며 청와대에 민원을 넣은 거죠. 여기까지는 그냥 치맛바람이 심한 어머니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최순실이 협회와 마장을 얼마나 초토화시켰는지 너도나도 이야기하는데 큰일이다 싶은 거예요. 다들 정윤회는 거의 본 적도 없다고 하더군요. 정유라가 훈련하는 곳에 매일 최순실이 나와 청와대를 언급하며 조금이라도 정유라가 대접받지 못하면 난리를 쳤다는 거죠. 현장조사 나왔던 과장이 ‘더 이상 조사 못 하겠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최종 보고서는 그나마 순화시켜 ‘최순실 측과 승마협회 측이 모두 책임이 있으며 파벌싸움을 정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서 보고했는데, 이게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린 겁니다. 최순실 입장에선 승마협회를 완전히 물갈이하려고 했을 텐데 책임이 반반이라니 화가 나서 대통령한테 문체부 국·과장을 자르라고 한 거죠.”


그때 모두 알았다

정유라는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마장마술 단체전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문제는 그때부터 여당과 문체부 관련 인물들이 대부분 ‘정윤회 아닌 최순실이 실세’라는 점과 ‘최순실이 얼마나 무서운 인물인가’라는 점을 알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정윤회는 정치권에 오래 있었던 사람이라면 대부분 안면이 있고 다들 그를 두려워하지는 않았어요. 정윤회는 비교적 태도가 젠틀한 인물이었고 국정과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비선이라는 점은 사실일지언정 본인과 대척점에 선 사람에게 복수를 한다거나 위해를 가하는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순실은 딸 문제, 금전 문제라면 앞뒤를 가리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최순실의 심기를 건드리면 큰일 난다’는 사실이 알려진 거죠. 그때 교문위원이라면 다 알 겁니다.”

2013년 당시 강원도승마협회장이었던 김모씨는 사퇴 압박을 적지 않게 받았다며 “도비(道費)를 안 준다는 협박도 있었고, 협회장만 물러나면 된다고 빨리 물러나라는 얘기도 들었다”고 밝혔다. 강원도 체육회 한 관계자는 “(2013년 정유라가 2위를 한) 상주 대회에서 1위를 한 선수가 경북승마협회 라인이라서 1위를 했다고 최순실이 주장했는데, 이례적으로 경북승마협회에 두 차례 경찰 조사가 이뤄져 다들 당황했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승부에 대한 이의 제기는 있을 수도 있고 협회나 체육회 차원에서 조사를 할 수 있는 문제였는데, 갑자기 경찰이 온 거죠. 그때 문체부보다 더 큰 힘이 작용한다고 다들 알게 됐습니다.”

또 다른 전직 의원은 당시 비슷한 시점에 해임된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에 대해 “이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지 못해 문제가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분은 한때 대통령의 수족(手足)이라 불릴 정도의 측근이었는데 갑자기 경질된 것은 누군가의 입김이 있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전직 문체부 공무원은 “좌천된 노태강 체육국장은 문체부 내에서 능력과 성품을 인정받은 공무원이었고 인사고과에서도 늘 선두를 달렸는데, 어느 순간 날아가는 것을 보면서 최순실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보고를 하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공무원들이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월간조선 2016년 12월호 /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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