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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추적>LOL 티셔츠가 '최순실 프라다' 밀어낼까

감투봉 2017. 2. 16. 16:47

OL 티셔츠가 '최순실 프라다' 밀어낼까


<디테일추적>LOL 티셔츠가 '최순실 프라다' 밀어낼까

입력 : 2017.02.16 15:03 | 수정 : 2017.02.16 15:08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김정남을 독살한 용의자로 체포된 여성 공작원 도안 티 흐엉(29)이 입고 있던 ‘LOL’(laugh out loud·크게 웃다) 티셔츠가 16일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에 6324위안(약 106만원)짜리 상품으로 등장했다. 타오바오는 유명인이 입은 옷을 실시간에 가깝게 ‘짝퉁 제품’으로 만들어 파는 중국 상인들이 많이 있는 온라인 쇼핑몰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타오바오에 ‘북한 여자 스파이가 입었던 것과 같은 티셔츠’라는 설명과 함께 LOL 티셔츠가 등장했다가, 소문이 퍼지자 곧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김정남 살해 범행 당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 CCTV에 잡힌 베트남 출신 여성 공작원 도안 티 흐엉(왼쪽). 오른쪽은 기자가 임의로 합성해 만든 LOL 티셔츠 예시. /뉴시스, 그래픽=한경진 기자.

부정적 사건 연루자들의 패션을 따라하는 ‘블레임 룩(blame look)’ 현상이 김정남 살해 용의자 티셔츠까지 번지는 걸까.
도안 티 흐엉이 멘 하늘색 핸드백은 ‘크리스찬 디올’ 제품이라고 한다. 진품인지 짝퉁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블레임 룩 ‘명예의 전당’에 올라있던 국정농단사범 최순실의 프라다 운동화·에르메스 백·흰 셔츠는 이제 곧 ‘LOL 티셔츠’와 ‘디올 백’에 자리를 내줄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미 몇 년 전부터 ‘북한’과 ‘김정은’에 관한 소재는 서구권의 ‘중2병’ 청소년과 일부 20대 ‘관심종자’ 청년층에서 쏠쏠한 인기를 누려왔다. (※중2병: 사춘기 청소년들이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착각에 허세를 부리는 감정, 관심종자: 관심 받고 싶어 안달난 사람)

지난해 여름 한국으로 망명한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태영호 공사의 둘째 아들 금혁(19)군. 덴마크에서 태어나 스웨덴과 영국에서 자란 금혁군의 온라인 게임 아이디는 ‘North Korea Is Best Korea’(북한이 최고의 코리아)였다. 언뜻 북한을 찬양하는 말 같지만, 서구권 젊은이들이 북한을 조롱할 때 쓰는 대표적인 풍자 문구다.

해당 내용을 넣은 티셔츠도 팔리고 있다. 아래는 해외 주문 제작(custom-made) 사이트 ‘레드버블닷컴’에서 25~27달러에 판매하는 티셔츠들이다. 오른쪽 제품은 힙합 문화를 좋아하는 청년들이 즐겨 입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오베이(obey)’를 패러디한 것이다.

해외 주문 제작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김정은 패러디 티셔츠들. /레드버블닷컴

비러브드셔츠에서 판매 중인 김정은 스웨트셔츠와 후드티. 가격이 싸지도 않다. 49~60달러다.

김정은 얼굴을 새긴 스웨트셔츠와 후드티. /비러브드셔츠

마치 아이돌 스타를 연상케하는 다양한 ‘김정은 굿즈(goods·연예인 관련 상품을 뜻하는 말)’들. 20~25달러.

김정은 휴대전화 케이스와 머그컵. /레드버블닷컴, 비러브드셔츠.

미국 웹디자이너 벤 길린이 북한을 조롱하는 차원에서 지난해 2월 무료 배포한 김정은 이모지(emoji·휴대전화 이모티콘) ‘#Kimunji’. 둘째줄 세번째 이모티콘은 북한을 수차례 방문하고 김정은을 위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논란을 일으켰던 미국 NBA 스타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이다.

김정은 이모티콘, #Kimunji. /미국 웹디자이너 벤 길린 트위터

이는 일부 서구권 젊은이들의 ‘유머 코드’이지만, 혹시 국내에서 유통 된다면 ‘국가보안법상 이적물 보관 내지 찬양 고무’ 혐의를 받는 것은 아닐까 궁금해진다.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공안수사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단지 그 제품을 가지고 있다고, 모두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치면 신문에도 김정은 사진이 많은데, 그걸 가지고 있다고 국보법 위반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나요. 이처럼 ‘김정일 굿즈’를 일률적으로 ‘법 위반이다,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김정은·김정일을 찬양할 목적을 가지고 조직적 활동을 해왔는지, 북한의 대남 전략에 호응하려고 한 것인지, 이런 물건들이 지지의사를 나타내기 위한 수단이었는지 등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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