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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외주 주듯 외국인에 '청부암살' 정황…"베트남 여성, 호텔방서 머리 자르고 휴대전화 3대 소지"

감투봉 2017. 2. 16. 16:56

외국인에 '청부암살' 정황…"베트남 여성, 호텔...



北, 외주 주듯 외국인에 '청부암살' 정황…"베트남 여성, 호텔방서 머리 자르고 휴대전화 3대 소지"


입력 : 2017.02.16 16:26 | 수정 : 2017.02.16 16:40

“여성 2명은 ‘어떤 국가’에 고용돼 암살을 자행했다”(말레이시아 수사 당국 관계자)

“북한은 5년 전부터 김정남을 암살하려고 계속 시도해왔다”(이병호 국가정보원장)

“’LOL’ 티셔츠를 입은 여성이 호텔에서 머리를 자르는 등 변장을 하고 나갔다”(교도통신이 접촉한 현지 호텔 종업원)

김정남이 암살된 지 사흘째인 16일 현재 용의자 6명 중 3명(여성 2명, 남성 1명)이 현지 경찰에 체포되면서 이번 사건이 북한의 ‘청부암살’이라는 정황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우리 정보 당국은 이번 암살 사건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집권 직후인 2012년 초 내린 암살 지령에 따른 것이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오랫동안 암살을 준비하며 김정남의 동선을 따라 다양한 암살 시나리오를 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북한 공작원이 아닌 외국인들이 암살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북한이 현지 외국인을 고용해 외주(外注)를 주듯 ‘원격살인’을 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5일 가장 먼저 체포된 ‘LOL’ 티셔츠를 입은 여성의 여권 이름은 도안 티 흐엉(Doan Thi Huong)으로 28세의 베트남 국적 여성이었다. 이 여성은 수사받는 과정에서 “남성 4명으로부터 ‘장난치자’는 제의를 받고 그들이 준 스프레이를 뿌렸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이 여성은 이 '장난'의 대상이 김정남인 줄 몰랐다며 암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여성은 범행 이틀 만에 암살 현장인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다시 나타났다가 경찰에 체포돼 의문을 낳고 있다. 이미 전세계 언론을 통해 자신의 사진이 공개된 상황에서 범행 현장에 다시 나타난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체포 정황과 경찰 진술은 수사 과정에 혼선을 주기 위한 치밀한 계획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나머지 공범들이 해외로 도피할 시간을 벌기 위한 작전의 일부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남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독살한 여성 용의자 2명 가운데 1명인 베트남 여권 소지자가 범행 직후 CCTV에 찍힌 모습. 이 여성은 현지 경찰에서 "장난으로 스프레이를 뿌렸을 뿐"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했지만, 그녀가 묵은 호텔 종업원들은 "방에서 머리를 자르고 휴대폰을 3대 갖고 있는 등 수상했다"고 전했다.




이 여성은 범행 전후 호텔에서 머리를 짧게 깎는 등 변장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사건이 발생한 쿠알라룸푸르공항 인근에 있는 호텔 종업원들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도안 티 흐엉이 범행 이틀 전인 지난 11일 오후 6시쯤 승용차를 타고 공항 인근의 한 호텔에 도착해 하룻밤 묵었고, 이튿날 하루 더 투숙하길 원했지만 호텔 예약이 꽉 차 다른 호텔로 떠났다고 보도했다.

인근 호텔에서는 “인터넷이 잘 연결되는 방으로 달라”고 요청했는데, 당시 그녀가 스마트폰을 3대나 갖고 있었다고 호텔 종업원들은 기억했다. 이 호텔 종업원이 김정남 피살 사건 직후인 지난 13일 점심때쯤 그녀를 봤더니 당초 길었던 머리가 어깨 위에 올 정도로 짧게 잘라져 있었고, 호텔 청소원들은 그녀가 묵었던 방바닥에서 흩어진 머리카락을 발견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16일 추가로 체포된 여성은 인도네시아 국적으로, 남성은 말레이시아 국적으로 확인됐다. 아직 이번 암살에 관련된 북한 인물은 등장하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에선 남성 공범 4명 중 북한계로 보이는 남성이 포함됐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현지 경찰은 아직 공식적으로는 확인하지 않고 있다.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 관계자는 “체포된 여성 2명은 ‘어떤 국가’에 고용돼 암살을 자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파공작원 출신 탈북민 H씨는 본지 인터뷰에서 “(2012년에 내린) 김정은의 ‘스탠딩 오더(취소할 때까지 계속 유효한 지시가)’가 이제야 실현된 것을 보면 그간 임무 수행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현지 임무 수행을 위해 현지인을 매수해 작전에 투입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H씨는 “만약 그렇다면 북한 남자요원이 지시하고 다른 인물들이 암살 임무를 수행했을 것”이라며 “국적은 말레이나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으로 나와도 북한사람이 신분세탁을 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도 말했다. 제3국을 통한 입국, 국적세탁 등은 공작원들이 받는 훈련 중 필수항목에 속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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