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투혼 4관왕' 이승훈, 한국 동계아시안게임 역사 새로 썼다

'부상 투혼 4관왕' 이승훈, 한국 동계아시안게임 역사 새로 썼다

• 한상혁 기자  

입력 : 2017.02.23 16:05 | 수정 : 2017.02.23 16:07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이승훈(29·대한항공)이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 최초 4관왕에 올랐다.

이승훈은 23일 일본 홋카이도 오비히로의 홋카이도-도카치 오벌에서 열린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8분12초72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20일 5000m, 22일 1만m·팀추월 금메달을 딴 데 이어 4번째 금메달이다.

23일 일본 훗카이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경기에서 이승훈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뉴시스

쇼트트랙의 김기훈(1990년 삿포로)과 채지훈(1996년 하얼빈), 안현수(2003년 아오모리)가 동계아시안게임 3관왕에 오른 적이 있지만, 4관왕을 달성한 것은 이승훈이 최초다.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을 7개로 늘린 이승훈은 안현수가 가지고 있던 역대 동계아시안게임 한국 선수 통산 최다 금메달 기록(5개)을 뛰어넘었다. 개인 통산 메달 개수로는 8개로, 역시 쇼트트랙의 김동성이 가지고 있던 역대 동계아시안게임 한국 선수 통산 최다 메달 기록과 타이이다.

이승훈의 4관왕은 대회 직전 레이스 도중 정강이를 베이는 부상을 딛고 이겨낸 쾌거다.

그는 10일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에서 팀추월 레이스 도중 넘어져 자신의 스케이트날에 오른 정강이를 베였다.

근육이나 인대 등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회복 기간이 짧아 이번 대회 출전을 만류하는 의견이 많았다. 자칫 부상이 악화하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까 봐서다.

하지만 이승훈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으로 ‘후배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며 출전을 강행했다. 특히, 세 명이 함께 출전하는 팀추월에서 이승훈의 활약은 한국 선수단이 금메달을 획득하는데 결정적이었다.

이승훈은 이날 레이스 초반 중위권을 유지하면서도 선두로 크게 치고 나가려는 일본의 쓰치야 료스케와 격차를 유지했다.

쓰치야가 두 번째 바퀴에서 치고 나가 간격을 벌리려 했지만 이승훈과 김민석(18·평촌고), 이진영(24·강원도청)은 간격을 유지하면서 욕심을 내지 않고 중위권에 머물며 체력을 비축했다.

23일 일본 훗카이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경기에서 이승훈이 1위로 결승선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뉴시스

8바퀴를 남겼을 때 쓰치야가 처지면서 다시 선두와의 간격은 사라졌다. 이승훈은 흔들림 없이 6, 7위를 달리면서 페이스를 유지했다.

5바퀴를 남기고 선수들이 속도를 올렸지만, 이승훈은 동요하지 않고 선수들을 따라가면서 역전을 노렸다.

3바퀴 정도를 남기고 쓰치야는 지친 듯 뒤로 처졌다. 이승훈은 두 바퀴를 남길 때까지 4위를 지키면서 역전을 노렸다.

마지막 바퀴를 알리는 종이 울리고 첫 곡선 주로를 통과한 후 체력을 아껴뒀던 이승훈은 바깥코스로 크게 치고 나가면서 선수들을 모두 추월, 선두에 자리했다. 이승훈은 결승선까지 선두를 유지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함께 따라붙은 김민석은 막판에 쓰치야에 밀려 3위로 골인했다.

남자 팀추월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민석은 이날 1500m 금메달과 매스스타트 동메달을 추가, 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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