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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으로] 함부르크필 연주회, VR·AR 통해 실시간 공짜로 본다

감투봉 2017. 2. 19. 10:05

[세상 속으로] 함부르크필 연주회, VR·AR 통해 실시간 공짜로 본다

하선영 입력 2017.02.19 00:52 댓글 3

포털, 클래식·연극 등 콘텐트 확대
아티스트들에게 VR·AR 도구 지원
새로운 차원 예술 창작하게 도와줘
구글 '아트 앤드 컬처' 명화 600만점 감상
3D로 그림 그리는 프로그램 만들어
신진 작가들 작품활동 공간도 제공
네이버 '브이 라이브' 앱으로 생중계
카카오, 다음서 온라인 사진전 개최
관객 "인기 공연 편하게 즐겨 좋아"
━ 고급 예술시장 파고드는 IT
지난달 열린 독일 ‘엘프필하모니’ 개관 기념 공연은 전 세계에서 관객 81만 명이 고화질 가상현실(VR) 영상으로 관람했다. [사진 엘프필하모니]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열린 독일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홀의 개관 기념 연주회. 12년의 리모델링 기간과 120만㎡(약 36만 평 규모)가 넘는 압도적인 규모로 재탄생하며 독일의 새 랜드마크로 떠오른 이곳 메인홀의 수용 규모는 2100명. 하지만 이날 공연은 관객 81만 명이 동시에 즐겼다.

81만 명이 개관식부터 오케스트라 본 공연까지 5시간이 넘는 행사를 집에서 함께 볼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과 유튜브의 기술 때문이다. 이들은 사전에 공연장과 협의해 고화질 가상현실(VR) 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카메라 및 영상 장치를 공연장 곳곳에 설치했다. 덕분에 전 세계 클래식 애호가들이 엘프필하모니홀까지 직접 올 필요 없이 집에서 편히 컴퓨터 및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었다.

뚝뚝 끊기는 라이브 스트리밍 영상을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온라인 관객’들은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미로처럼 생긴 공연장 구석구석의 모습을 원하는 각도에서 지켜볼 수 있다. 직접 공연장에서 볼 경우 평균 티켓 가격이 약 500유로(약 60만원)에 달하지만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볼 경우엔 완전 무료다. 만약 실시간 공연 실황을 놓쳤다 하더라도 서운해할 필요가 없다. 지금도 유튜브에서 ‘엘프필하모니(Elbphilharmonie) 360’을 치면 생생하게 공연을 다시 볼 수 있다.

구글·유튜브 같은 글로벌 기업은 물론 네이버 등 국내 IT기업도 고급 예술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클래식 음악, 연극, 회화 등 다소 무겁고 어려운 예술 콘텐트를 자사 플랫폼에 전진배치하고 있다. 드라마·웹툰 등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대중문화 중심의 말랑말랑한 콘텐트만 발굴하던 그간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심지어 아티스트들에게 VR·증강현실(AR) 도구 등을 지원하면서 새로운 영역의 예술에 도전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콘텐트를 단순히 수입하는 수준을 넘어 창작 예술시장에서도 포털의 지분을 점차 넓혀가는 것이다.
구글의 ‘틸트 브러시’를 이용하면 3D로 그림을 그려 저장할 수 있다. [사진 각사]
일찌감치 고급 예술시장에 눈을 뜬 건 구글이었다. 구글이 2011년 시작한 ‘아트 앤드 컬처’에서는 고흐·고갱·클림트 등의 예술작품 600만 점을 고화질로 감상할 수 있다. 구글은 한발 더 나아가 ‘생생한 예술’을 만들기 위해 VR과 AR 기술을 예술에 접목시키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3D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틸트 브러시’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VR 헤드셋을 착용한 뒤 실제 붓보다 더 큰 디지털 브러시를 들고 전용 공간에서 몸을 움직이면서 그림을 그리면 3D 형태로 작품이 저장된다.
구글의 ‘틸트 브러시’를 이용하면 3D로 그림을 그려 저장할 수 있다. [사진 각사]
구글은 아예 신진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전폭 지원하기도 한다. ‘틸트 브러시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회화·벽화 등을 그려온 신진 아티스트 11명을 선발해 작업 공간과 거주 공간을 지원해 준다. 구글 소속 개발자들은 이들 아티스트가 창작 공간에서 ‘바이브’나 ‘오큘러스’ 같은 VR 기기를 사용해 3차원의 콘텐트를 제작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돕는다. 틸트 브러시 홈페이지에서는 구글의 지원을 받은 예술가들이 작업한 3D 작품을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다. 완성된 작품들도 신기하지만 작품활동 중인 작가들의 움직임을 담은 영상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국 디트로이트 미술관에서는 증강현실(AR) 전용 스마트폰으로 미라 원형을 볼 수 있다. [사진 각사]
지난달 미국 디트로이트 예술학교 미술관은 세계 최초로 구글의 AR 프로젝트 ‘탱고’를 도입했다. 관람객들은 미술관이 대여해 준 AR 장치가 부착된 레노버 스마트폰으로 유물과 유적이 손상되기 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고대 석회암 앞에 서면 스마트폰이 수천 년 전으로 돌아가 밝은 색채로 복구된 모습의 석회암을 펼쳐보인다.
네이버는 지난달 창작 뮤지컬 ‘레드북’을 온라인 생중계했다. [사진 각사]
네이버·다음 등 국내 포털들은 클래식 공연 및 연극 무대를 포털로 그대로 모셔오는 데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클래식 공연 마니아인 직장인 송샘(34)씨는 지난달 오스트리아 빈소년합창단 공연을 네이버로 관람했다. 이 공연은 방한한 빈소년합창단이 온라인 관객만을 위해 남산 국악당에서 연 것이다. 국악당 공연장 관객석에는 관객이 없었지만 네이버 ‘브이 라이브(V LIVE)’ 앱에는 네티즌 관객들이 몰렸다. 송씨는 “티켓만 열렸다 하면 매진되는 인기 공연들을 십수만원의 티켓을 구입하지 않고도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 편리하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지난해 11월 생중계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쇼케이스는 당일 8만 명이 온라인으로 몰렸다. 지금까지 본 누적 관객도 10만 명을 돌파했다. 이를 온라인으로 관람한 최선미(30)씨는 “평소 조성진의 팬이었는데 온라인 쇼케이스 관람 경험이 너무 마음에 들어 앞으로는 종종 온라인으로 클래식 공연을 즐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후 오페라 ‘카르멘’, 서울시향 송년음악회 ‘합창’ 공연 등을 생중계했다.

네이버는 작품성이 뛰어난 창작 뮤지컬과 연극을 온라인으로 실시간으로 생중계해 문화 융성에도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이달 초에는 창작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 무협활극 ‘혈우’가 생중계됐으며, 다음달 9일과 10일 이틀간 도스토옙스키 원작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생중계할 예정이다. ‘네이버TV’ 앱과 ‘브이라이브’ 앱으로 무료 관람할 수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로이터통신’ 사진전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사진 각사]
카카오는 포털 ‘다음’을 통해 다양한 전시회를 온라인과 모바일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화 ‘아가씨’ 사진전은 메가폰을 잡았던 박찬욱 감독이 직접 찍은 주연배우들의 미공개 사진을 온라인으로 전시 중이다. 지난해 가을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던 ‘로이터 사진전’은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개최됐다. 다만 저작권 때문에 전시회가 끝난 현재는 더 이상 사진을 관람할 수 없다.

이처럼 포털들이 클래식 등 문화예술 시장에도 적극 뛰어드는 트렌드는 예술과 IT 분야에 모두 눈이 높아진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예전만 하더라도 포털이 자사의 검색엔진 기능을 앞세워 ‘원하는 작가의 그림을 바로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더 이상 그 정도의 수준으로는 네티즌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하이브로(고급) 문화 콘텐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만큼 관련 사업 비중을 키우고 있다”며 “아티스트와 관객이 활발히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S BOX] AI가 그린 그림의 저작권은 누구 것일까?

「지난해 4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인공지능(AI)을 장착한 로봇에 “렘브란트 화풍의 작품을 그려 보라”고 명령했다. ‘더 넥스트 렘브란트’라는 이름의 이 로봇 화가는 실제 렘브란트 작품 같은 느낌의 그림을 그려냈다. 구글의 AI 프로그램도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똑같이 묘사해 냈다. AI가 그린 이 고흐 작품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술 경매소에서 최고 8000달러(약 915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고급 예술을 온라인이나 모바일 플랫폼으로 실제 보는 것처럼 감상하는 것은 물론, AI 같은 기술로 직접 제작하는 것까지 가능해진 시대다.

그런데 이처럼 AI가 그린 그림이나 단편소설에 대한 저작권은 과연 누구에게 귀속돼야 할까. 원본을 그린 고흐일까 아니면 AI 로봇 당사자일까, 아니면 AI를 만든 구글과 MS 같은 회사일까. 해결하기 난해한 문제다. 이에 대한 답을 내놓기 위한 각국 정부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단계다. 지난 15일 우리 정부는 이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지식재산권(IP)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차세대 지식재산 특별전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차세대 특위는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차 등 미래 지식재산권 이슈에 대한 대비책을 논의해 올해 말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미국·일본·중국 등도 미래 IP 이슈를 정부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해 조직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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