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국회와 헌재는 저승에서 썩은 바나나 먹고 한 번 더 죽어라”···친박단체, 대구서 탄핵 심판 후 첫 집회

감투봉 2017. 3. 18. 08:19




“국회와 헌재는 저승에서 썩은 바나나 먹고 한 번 더 죽어라”···친박단체, 대구서 탄핵 심판 후 첫 집회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 도로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법재판소와 국회를 규탄하는 행진을 벌인 가운데, 한 참가자가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 도로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법재판소와 국회를 규탄하는 행진을 벌인 가운데, 한 참가자가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같이 살자고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누명탄핵 무효 일세 누명탄핵 무효이다~”

17일 오후 4시쯤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 왕복 10차로 도로에 곡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도로 가장자리 한 개 차로 위에서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든 300여 명이 침통한 표정을 지은 채 행진을 벌이고 있었다. 상여를 어깨에 멘 상두꾼들이 무리를 이끌었다. 옷 소매나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이들이 수십 명에 달했다. 상여 깃발에는 ‘헌재 해체’, ‘국회 해산’이라고 적혀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처음으로 헌재와 국회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 도로에서 ‘박근혜 서포터즈’, ‘박사모’, ‘대사모’(우리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등 박 전 대통령 지지자 300여 명(경찰 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행사가 진행됐다.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 도로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법재판소와 국회를 규탄하며 행진을 벌이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 도로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법재판소와 국회를 규탄하며 행진을 벌이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이들은 “국회 해산”, “탄핵안 무효” 등의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 주요 인사들은 무대에 올라 국회와 헌재를 향해 날선 발언을 쏟아냈고,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군가를 제창하는 순서도 곁들였다. 친박단체는 3시간 가까이 집회를 벌인 후 집회장소에서 상여를 앞세우고 행진을 시작, 수성네거리를 거쳐 경대병원 인근까지 2.2㎞ 구간을 걸은 뒤 오후 5시 10분쯤 행사를 마무리하고 자진 해산했다.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 도로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헌법재판소와 국회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 도로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헌법재판소와 국회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 도로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법재판소와 국회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 도로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법재판소와 국회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주최 측은 이날 행사를 ‘헌재·국회 영결식’(국민장)이라고 홍보했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누명 탄핵시킨 헌법재판소와 국회의 만행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너무 억울하고 원통하여 두 기관의 부당함을 표출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의 고향, 대구지법 앞 범어네거리에서 헌재와 국회의 장례식을 거행한다”고 밝혔다. 

김동렬 박근혜서포터즈 회장은 “너무나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서 잠을 잘 수가 없다. 헌재와 국회가 박 전 대통령을 누명 탄핵시켰다. 꽃상여를 준비했는데, 이런 곳에 태워줄 자격조차 없는 인간들이다”면서 “썩은 바나나를 준비했는데 저승에 가서 먹고 한 번 더 죽으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 도로에서 열린 헌법재판소와 국회를 규탄 집회에서 친박단체가 준비한 제사상. 주최 측은 이날 행사를 ‘헌재·국회 영결식’(국민장)이라고 홍보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 도로에서 열린 헌법재판소와 국회를 규탄 집회에서 친박단체가 준비한 제사상. 주최 측은 이날 행사를 ‘헌재·국회 영결식’(국민장)이라고 홍보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그는 “돈 10원 먹은 적 없고 임기도 얼마 안 남은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인격살인하고 옷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지난 총선 때 박 전 대통령 사진 걸고 이름 팔아 국회의원 배지 단 놈들이 어떻게 대통령을 탄핵 시킬 수 있나. 이런 놈들은 우리 손으로 처단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또 “오늘 이 행사에 태극기만 들었지 가짜 보수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순수하게 박 전 대통령을 위하고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면서 “우리가 똘똘 뭉치고 힘을 모아서 파렴치한 국회의원과 헌재 재판관을 다 함께 규탄하자”고 말했다.

최병국 태극기행동본부 공동대표는 “오는 5월 9일에 국민들이 똘똘 뭉쳐서 야당과 일부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심판대에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대한민국을 지키고 박 전 대통령의 명예를 회복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 도로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법재판소와 국회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 도로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법재판소와 국회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헌재의 탄핵 심판이 내려진 것을 미화하는 주장도 나왔다.

허평환 전 국군기무사령관은 무대에 올라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지독히 가난한 우리 민족을 잘 살게 해 주고 돌아가셨고, 그 분 이후에 소위 민주화 세력이 경제를 파탄에 빠뜨렸다”고 전제한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운명은 빨갱이 세력들의 실체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촛불처럼 타 들어가는 운명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이번 선거에서 빨갱이가 당선되면 나라가 망하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각심을 일깨워서) 이를 막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빨갱이들은 정권을 잡아서 미군을 몰아내는 등 나라를 망하게 한다”면서 “이는 민주화가 아니고 새로운 세상을 여는 것도 아니다. 법도 정의도 무너졌는데 우리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 도로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법재판소와 국회를 규탄하며 행진을 벌이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1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 도로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법재판소와 국회를 규탄하며 행진을 벌이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허 전 국군기무사령관은 “경북 성주에 사드 배치를 못하게 하면 끝이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중국은 속으로 한국을 속국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미국을 몰아내고 한국을 차지하겠다는 게 중국의 목표”라며 “썩은 보수지만 누구하나 선정(당선)되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뭉쳐서 정권을 만들어 내자”고 말했다. 

한편, 친박단체는 이날 회원 10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300명 선에 그쳤다. 경찰은 5개 중대 2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지만, 행사가 시작된 후 120여 명을 철수시켰다. 경찰은 3개 차로를 막을 예정이었지만, 실제로는 1개 차로를 막았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3171820001&code=620103#csidxdac0a8c459e7b8fa7be26fc6d9fc4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