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 문재인]
- 퍼스트 레이디 김정숙 여사, 첫날부터 '튀는' 행보 눈길
대통령 부인이 취임식 때 한복 대신 정장 입은 건 처음
여성 경호원과 차 한잔 하고 시민들과도 일일이 악수 나눠
청와대 관저 입주 준비도 총괄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10일 정장을 입고 19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무릎 길이의 하얀 원피스에 검은 꽃무늬가 들어간 흰색 재킷은 김 여사가 취임식을 위해 마련한 맞춤옷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중간 굽의 검은 구두를 신고 흰색 진주 귀고리를 달았다. 정부 수립 이후 대통령 취임식에서 대통령 부인이 한복이 아닌 양장을 입은 것은 김 여사가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묵화 느낌의 꽃문양은 새 시대에 대한 염원과 국민 통합을 상징한다"고 했다.
김 여사는 이날 '전통적인 퍼스트레이디상(像)'과는 다른 적극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활짝 웃으며 시민들과 끊임없이 악수했고 양손을 흔들며 엄지를 들어 보이기도 했다. 김 여사는 이날 오전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나왔을 때는 검정 정장 차림이었다. 김 여사는 문 대통령과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에 함께 헌화·분향했다. 김 여사는 문 대통령이 현충원 방명록을 작성할 때 대통령 얼굴을 한참 바라봤다. 이어 김 여사는 현충원 휴게실에 잠시 들러 취임식 의상으로 갈아입었다.
국회에 도착한 김 여사는 한결 밝은 표정이었다. 김 여사는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과 웃으며 악수한 뒤 문 대통령과 나란히 레드 카펫을 걸으며 의사당으로 들어섰다.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들과 환담하는 동안 김 여사는 국회의장 비서실장실에서 그간 선거운동을 함께한 여성 경호원들과 차를 마시며 노고를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취임식장인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 선서와 취임사를 하는 문 대통령의 옆모습을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취임식이 끝난 뒤 퇴장하는 김 여사의 발걸음엔 더욱 힘이 들어가 있었다. 김 여사는 국회를 나오면서 시민들에게 양손을 계속 흔들었다. 눈을 크게 뜨고 활짝 웃음을 짓기도 했다. 청와대 경내에 도착한 김 여사는 문 대통령과 함께 직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본관 로비에 들어섰다. 김 여사는 어깨를 꼿꼿하게 세운 자세로 문 대통령과 함께 계단을 올랐다. 10년 전 '청와대 비서실장 부인'이었다가 이날 '대통령 부인'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김 여사는 감회가 새롭다는 표정으로 문 대통령과 짧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김 여사는 이날부터 대통령 부인 업무를 시작했다. 청와대도 5년 만에 안주인을 맞아들였다. 김 여사는 당분간 청와대 관저 입주 준비를 총괄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김 여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쓰던 관저를 사용하기를 꺼린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삼청동 총리 공관, 홍은동 자택, 청와대 인근 안가(安家) 등을 문 대통령 부부의 거주 공간으로 검토했지만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기존 관저를 쓰기로 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관저 정비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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