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

시작도 끝도 '우병우'.. 스스로 '적폐' 입증한 檢

감투봉 2017. 5. 18. 20:31

시작도 끝도 '우병우'.. 스스로 '적폐' 입증한 檢

노용택 기자 입력 2017.05.18. 18:24 댓글 1379

문재인정부의 검찰 개혁을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는 우병우(사진)다.

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최고 엘리트 검사에서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까지 올랐지만 이제는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부여해 준 '폴리시큐터'(정치검찰·polisecutor)를 대표하는 존재가 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검사들에게 돈봉투를 건넸다가 18일 사임한 안 국장도 우 전 수석과 지난해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알려진 우병우 라인이다.

MB·박근혜 정부 요직 독점 '사단' 구축.. 국정농단 눈 감고 정권 '입맛 수사' 비난

문재인정부의 검찰 개혁을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는 우병우(사진)다. 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최고 엘리트 검사에서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까지 올랐지만 이제는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부여해 준 ‘폴리시큐터’(정치검찰·polisecutor)를 대표하는 존재가 됐다.

검찰 조직의 빅2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의 ‘돈봉투 만찬’이라는 불미스러운 일이 국민적 지탄을 받는 근저에도 우 전 수석 수사 결과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실망과 검찰 조직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검찰은 이명박·박근혜정부를 거치면서 소수의 정치검찰이 인사를 좌우해 요직을 독점하고,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우 전 수석은 이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그는 민정수석 재직 당시 검찰 인사에 깊숙이 개입, 검찰 수뇌부에 이른바 우병우 사단을 구축하고 여러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검사들에게 돈봉투를 건넸다가 18일 사임한 안 국장도 우 전 수석과 지난해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알려진 우병우 라인이다. 우 전 수석이 검찰의 세월호 수사를 방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최순실 국정농단을 감시하고 막았어야 할 민정수석 자리에 있으면서도 이를 방치하고 오히려 이를 거들었다는 의혹까지 더해 ‘짖지 않는 감시견’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가 지난해 10월 사임한 뒤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해 조사받기까지 검찰은 1주일의 공백을 주었다. 그 기간 우 전 수석은 “휴대폰을 고장나서 버렸다”고 하는 등 증거인멸 기회를 잡았다. 검찰에서도 ‘황제 조사’ 논란이 있었다. 그 뒤에도 국회 청문회를 피해 잠적, 시민이 공개수배를 했다.

검찰에는 우 전 수석을 단죄할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다. 지난해 11월 첫 조사는 물론이고 올해 2월 2기 특수본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바통을 넘겨받았을 때도 우 전 수석의 죄를 밝혀내고 검찰 수뇌부까지 뻗친 영향력을 도려냈다면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상황은 반대로 흘렀다. 검찰의 우 전 수석 구속영장은 기각됐고, 지난달 17일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우 전 수석과 연관된 검찰 수뇌부를 보호하다보니 부실한 수사를 했고, 스스로 개혁이 불가능한 조직이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설상가상 우 전 수석 불구속 기소 나흘 만인 21일 이 지검장은 휘하 수사팀 간부 6명을 데리고 서울 서초동의 한 음식점에서 안 국장 등 법무부 검찰국 간부 3명을 만나 돈봉투가 오고가는 저녁식사를 한 사실이 밝혀지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보고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이 진노했고, 감찰을 지시하며 본격적인 검찰 개혁의 신호탄을 쐈다.

검찰로서도 아쉬움이 크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구속 기소하는 성과가 우 전 수석 때문에 묻혀 버리고 조직의 위기까지 자초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우 전 수석은 살았지만 검찰은 백척간두에 서게 됐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