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김정은에 살해됐다" 백악관·의회·언론 모두 들고 일어났다

감투봉 2017. 6. 21. 11:21

"김정은에 살해됐다" 백악관·의회·언론 모두 들고 일어났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입력 2017.06.21. 03:11 수정 2017.06.21. 10:19 댓글 2525

[美 웜비어 사망]
트럼프 정부 대북 정책, 강경책으로 돌아서는 전환점 가능성
"하잘것없는 선전물 찢었다고.. 北정권의 사악한 본질 보여줘"
- 美 대북압박 수단 바뀌나
FT "군사적 카드 택할수 있다".. 美방송 패널들은 선제공격 주장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송환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사망한 19일(현지 시각) 미국은 백악관부터 의회와 언론, 소셜 미디어까지 '북한 응징론'으로 들끓었다.

미 의회에선 "김정은에게 살해당한 것"이란 반응이 나왔고, 미국 방송 패널들은 북한 선제공격론까지 거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부터 이날 성명에서 북한을 "잔혹한 정권"이라고 규정하고 "(미국) 정부가 법과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정권으로부터 무고한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결심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는 웜비어 사건을 계기로 북한 제재 수위를 더 높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위터에도 '나와 (아내) 멜라니아는 웜비어 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적었다.

미국 언론들은 21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중 고위급 외교·안보 대화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북 제재 강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교 사령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이날 성명에서 "웜비어의 부당한 감금과 관련해 반드시 북한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셀 수 없이 많은 무고한 남녀가 북한의 범죄자들 손에 죽어갔다"며 "이번 사건은 북한 독재 정권의 야만적 본질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고 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트위터에서 '북한이 인간의 생명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극적인 예'라며 웜비어 가족에게 위로를 전했다.

미 의회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격앙됐다.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공화당)은 성명에서 "미국 시민인 웜비어는 김정은 정권에 살해당한 것"이라며 "미국은 적대 정권이 우리 시민을 살해하는 일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웜비어는 생의 마지막 날들을 강제 노역과 기근, 조직적 학대, 고문, 살인 등 북한 주민들을 70년 동안 옥죄었던 악몽 속에서 보내야 했다"고 했다.

마크 루비오 상원 의원(공화당)은 "웜비어는 하잘것없는 정치 선전물을 찢었다는 이유로 억류되고 살해됐다"고 했다. 벤저민 카딘 상원 의원(민주당)도 "웜비어는 억압적이고 살인적인 김정은 정권에 희생됐다"며 "북한은 야만적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웜비어의 고향인 오하이오의 존 케이식 주지사는 "북한이 웜비어에게 한 짓은 반인륜 범죄"라며 "그의 죽음은 북한 정권의 사악하고 억압적인 본질과 인간 생명에 대한 무시를 분명히 보여줬다"고 했다. 오하이오의 롭 포트먼 상원 의원은 "북한의 혐오스러운 행동을 전 세계가 규탄해야 한다"고 했고, 같은 지역의 마크 터너 하원 의원은 "(북한은) 우리가 계속 싸워야 할 위협"이라고 했다.

미 언론에선 대북 선제공격론도 나왔다. 미 폭스뉴스에 출연한 정치 분석가 에릭 볼링은 웜비어 사망을 언급하며 "북한 미사일이 LA를 향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며 사실상 대북 선제공격을 거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웜비어 사망 기사에는 1000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 '북한 정권을 없애야 할 때' '이건 전쟁 행위나 다름없다' '우리도 보복을 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많았다. 비영리 단체 '휴먼라이츠'는 이날 성명을 내고 웜비어 사망을 애도하며 "이름 모를 북한 주민 수백만명이 김정은 정권으로부터 잔혹 행위를 당하고 있다"고 했다.

웜비어의 죽음이 미국의 대북 압박 수단을 외교·경제에서 군사 카드로 전환시킬 가능성도 제기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전문가를 인용해 "웜비어 사망은 트럼프 행정부 대북 정책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외교 협상 대신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강경책을 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칼럼을 통해 "북한은 조지 오웰의 (전체주의 위험을 고발한) 소설 '1984'가 현실이 된 공간"이라며 "웜비어와 같은 취급을 당하는 수많은 북한 사람이 (정치범) 수용소에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