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아카데미 4관왕' 봉준호! [청계천 옆 사진관]
송은석기자 입력 2020.02.10. 18:59 수정 2020.02.10. 21:20
그가 해냈다. 봉준호가 해냈다. 가끔 한국의 예술가들이 국제 수상에 후보로 오를 때마다 생기는 무서운 발이 있으니, 바로 언론의 설레발이다.
우리는 수 많은 경우의 수를 따지며 얼마나 많은 기대를 하고 또 많이 아쉬워했던가.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작년 10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오스카는 국제 영화제가 아니다. 오스카는 아주 로컬’이라며 돌직구를 날렸던 그에게 9일(현지시간) 오스카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에 이어 작품상을 안겼다. 그 무서운 설레발을 딛고 봉 감독은 꿈의 아카데미 상을 한국 영화사 101년 만에 거머쥐었다.
봉 감독의 영화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다. ‘살인의 추억’의 황금빛 들녘과 까까머리 소년, ‘플란다스의 개’에 나왔던 다닥다닥 붙어 있는 서울의 복도식 아파트, 이제는 체인점들로 바뀐 ‘괴물’의 한강 고수부지 편의점. ‘마더’의 관광버스 씬 등…
그의 영화는 ‘한국적’이다. 아니 한국 그 자체다. 영화 기생충에는 더 많다.
대만 카스텔라, 종북 개그, 기사 식당, 짜파구리 등등등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그런 모습들을 봉 감독은 놓치지 않고 영화 속 소재로 표현했다. 그의 별명인 ‘봉테일’답다.
봉 감독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을 인용하며 ‘어렸을 때 제가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다, 바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며 감독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 처음부터 계획이 있었던 남자였다. 그는 클리셰처럼 떠돌던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을 증명했다. 영화 ‘기생충’을 통해 자본주의와 계급 문제를 한국적으로 풍자해 세계 영화계에 우뚝 세웠다.
‘상징적이다’라는 단어를 수 없이 말하던 영화 ‘기생충’ 속 남자 주인공처럼 봉준호 감독도 한국 영화의 ‘상징’이 됐다. 벌써부터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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