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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고 나니 역사가 됐네요"… 6·25 사진전 여는 老兵

감투봉 2020. 6. 25. 09:30

"찍고 나니 역사가 됐네요"… 6·25 사진전 여는 老兵

조선일보

입력 2020.06.25 03:00

콜롬비아 참전용사 힐베르토씨

"찍을 때는 몰랐습니다. 찍고 나니 순수한 역사(pure history)가 되어 있더군요."

23일 주한 콜롬비아 대사관이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콜롬비아 현지를 연결해 '화상 간담회'를 개최했다. 대형 스크린에 등장한 6·25 참전 용사 힐베르토 디아스 벨라스코(Gilberto Diaz Velasco·87·사진)씨가 자신의 카메라를 자랑스레 들여 보였다. 6·25 파병 직전인 1951년, 기항지인 도쿄에서 구매했다는 5달러짜리 필름 카메라였다. 노병(老兵)은 "지금도 잘 작동한다"고 했다. 힐베르토씨는 한국에서 복무하던 14개월 동안 전쟁의 순간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렇게 모은 사진이 400장이 넘는다.

콜롬비아는 중남미에서 유일하게 유엔의 6·25 참전 요청에 응답한 국가다. 해군 프리깃함과 보병 1개 대대 등 5100명을 파병했고, 213명이 전사했다. 박격포를 운용한 힐베르토씨는 "한국에 오고 나서야 사계절이 있는 나라인 걸 알게 됐다"며 "콜롬비아에는 겨울이 없기 때문에 날씨가 제일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미 24사단 예하에 편입된 '콜롬비아 대대'는 금성 진격 작전(1951년 10월), 김화 400고 지 전투(1952년 6월) 등에서 '절대 후퇴하지 않는다'는 구호를 앞세워 용맹하게 싸웠다. 힐베르토씨는 "가까웠던 전우들을 많이 잃었다"며 "콧수염이 트레이드마크인 친구를 시체들의 얼굴을 만져가며 찾아야 했던 순간이 기억난다"고 했다.

전쟁기념관은 오는 26일부터 온라인 추모 사이트에서 힐베르토씨가 전쟁 때 '피'로 찍은 사진 152장을 6개월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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