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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뛰어넘은 마법사의 가을 전현직 캡틴 "오열할 준비 끝"

감투봉 2021. 11. 16. 10:55

 

기적을 뛰어넘은 마법사의 가을 전현직 캡틴 "오열할 준비 끝"

장강훈 입력 2021. 11. 16. 05:54

 

KT 2루수 박경수가 1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프로야구 KT위즈와 두산베어스의 한국시리즈 2차전 1회초 무사 1,2루 3번 페르난데스의 잘 맞은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잡아낸 후 병살로 연결한 후 가슴을 치며 자축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고척=장강훈기자] 이것이 베테랑들의 ‘한풀이’다. 무관에 그친 설움, 전력 약한 막내여서 당한 상처를 ‘왕조’에게 마음껏 풀어내고 있다. KT 베테랑 삼총사 박경수(37) 유한준(40) 황재균(34)이 마법에 걸린듯 KT의 통합 첫 우승을 전면에서 이끌고 있다.
KT는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시즌 KBO리그 한국시리즈(KS) 2차전에서 두산에 6-1 완승을 거뒀다. 전현직 ‘캡틴’들의 장기자랑에 선발 막내 소형준(20), 야수 막내 강백호(22)도 날개를 활짝 폈다. KT는 이날 승리로 시리즈 전적 2전승을 따내 우승확률을 94.7%까지 끌어 올렸다. 프로 원년부터 지난해까지 1, 2차전을 모두 잡고도 우승 트로피를 내준 경우는 2007년(SK)과 2013년(삼성) 뿐이다.
KT 박경수가 1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KT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두산에 승리해 데일리 MVP로 선정된 뒤 팬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마법의 레이스는 ‘원조 캡틴’ 박경수가 스타트를 끊었다. 그는 1회초 무사 1, 2루 위기에서 호세 페르난데스의 우중간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걷어내 더블플레이로 연결했다. 2루는 박빙 상황이었지만, 과감한 결단으로 빠르게 송구해 병살을 완성했다. 초반 제구 난조로 1, 2번 타자에게 연속 볼넷을 내준 ‘막내’ 소형준과 팀을 동시에 살린 이날 경기 최대 승부처였다. 박경수도 가슴에 새겨진 KT 위즈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포효했다.
박경수의 활약에 ‘현역 캡틴’이 곧바로 화답했다. 1회말 1사 후 타석에 들어선 황재균은 두산 선발 최원준이 던진 슬라이더를 걷어 올려 좌월 선제 솔로 홈런을 폭발했다. 자신의 KS 첫 아치이자, 팀의 2연속경기 홈런이다. 이들은 3회말 강승호의 타구에 더블플레이를 합작해 수비에서도 완벽한 호흡을 과시했다.
KT 황재균이 1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KT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2차전 1회말 1사 두산 선발투수 최원준을 상대로 선제 솔로 홈런을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살얼음판 리드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는 신호탄도 박경수의 방망이 끝에서 나왔다. 추가점이 절실하던 5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박경수는 최원준을 상대로 깨끗한 중전안타를 빼앗아냈다. 이 안타를 신호탄으로 5회에만 5점을 뽑아내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황재균은 희생번트로 가치를 더했고, ‘최고령 캡틴’이던 유한준은 몸에 맞는 공으로 타점을 올리는 살신성인으로 후배들의 집중력 유지를 이끌어냈다.
베테랑의 힘은 단기전 승부처에서 도드라지기 마련이다. 특히 KT 베테랑 삼총사는 KS 우승 경험이 없어 올해가 아니면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절박함을 갖고 임했다. 박경수는 “(유)한준이 형이 후배들에게 자기 생각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인데 선수생활을 정리할 시점을 찾고 있는 눈치다. 통합 우승 기회가 왔기 때문에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한준이 형이 은퇴하기 전에 우승 기쁨을 안겨드리고 싶다. 나도 선수생활 끝이 보이기 때문에 함께 누릴 수 있으면 더할나위 없겠다”고 말했다.
KT 유한준이 1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KT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2차전 5회말 1사 만루 상황에서 두산 선발투수 최원준의 투구에 팔꿈치를 맞고 타점을 올리고 있다.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1군 입성 시점부터 동고동락하며 후배들의 성장을 지켜봤기 때문에 ‘팀 위즈’로 우승하는 게 더 값지다. 박경수는 “우리팀이 1군 입성 초기에는 전력이 약했기에 상대 팀이 ‘언제 KT를 만나느냐’는 얘기를 할 정도였다. 어쩌다 우리한테 패하면 억울해 했을 정도”라며 “이런 무시를 받으며 가슴에 응어리도 맺혔다. 이때 함께 고생한 동료들과 우리 힘으로 우승을 따내면 정말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고 강조했다. 베테랑 삼총사 모두 폭풍 오열하는 게 이상하지 않다는 게 박경수의 진심이다.

박경수는 “데일리 MVP도 해보고 싶고, 헹가래도 받아보고 싶다. 그보다는 우승이 먼저이기 때문에 확정하는 순간까지 이를 악물고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경수는 이날 맹활약으로 게임 MVP에 선정됐다. 황재균은 결승타 선수에게 주는 ‘오늘의 깡’에 선정돼 두 배의 기쁨을 누렸다. 마법사의 가을은 기적을 뛰어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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