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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헌·이준서 어이없는 실격… 중국은 팔 잡아당겨도 금메달

감투봉 2022. 2. 8. 10:37

황대헌·이준서 어이없는 실격… 중국은 팔 잡아당겨도 금메달

중국과 스치지도 않았는데… 황대헌·이준서 황당 실격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잇따른 편파판정으로 1000m 金
황대헌·이준서 어이없는 탈락… 한국 쇼트트랙 3경기째 노메달

 

입력 2022.02.08 03:46
 
 

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결승선을 앞두고 중국의 런쯔웨이(오른쪽)가 1위를 다투던 헝가리의 류 사오린(왼쪽)의 팔을 잡아당기고 있다. 류 사오린은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도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경기가 끝난 후 비디오판독 결과 ‘주행 과정에서 무리한 코스 변경으로 인한 접촉이 있었다’며 옐로카드를 받고 실격됐다. 결국 금메달은 중국의 런쯔웨이에게 돌아갔다. /로이터 뉴스1

 

선수와 지켜본 사람 모두 완벽한 경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심판 판정은 달랐다. 비디오 판독을 하더니 페널티를 주며 실격 처리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었다. 메달을 위해 4년간 수없이 땀을 흘렸던 선수들은 아무 말도 않고 경기장을 떠났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간판 황대헌(23·강원도청)과 이준서(22·한국체대)가 석연찮은 판정으로 베이징올림픽 1000m에서 아예 결승 무대에서도 서지 못했다. 황대헌은 7일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1000m 준결승 1조에서 조 1위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중국의 런쯔웨이(25)와 리원룽(21)에 이어 3위를 달리던 황대헌은 결승선을 4바퀴를 남겨두고 인코스를 과감히 공략해 단숨에 2명의 중국 선수를 제쳤다. 황대헌은 이후 중국 선수들에 단 한 번도 추월을 허용하지 않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런데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 끝에 황대헌이 중국 선수 2명을 추월하는 상황에서 뒤늦게 레인 변경을 했다며 반칙을 선언해 실격당했다. 박승희 SBS해설위원은 “황대헌이 안쪽 공간이 벌어진 틈을 타서 들어갔고 중국 선수와 접촉도 없었다. 오히려 리원룽이 황대헌에게 손을 썼는데 왜 이런 판정이 나왔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결승에는 준결승 상위 2명이 진출한다. 황대헌이 실격으로 탈락하면서 3위로 들어온 리원룽이 2위 런쯔웨이와 함께 결승에 올라갔다.

 황대헌·이준서 떨어뜨린 석연치 않은 판정 - 7일 베이징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왼쪽 사진 맨 앞)이 결승선을 4바퀴 남겨두고 중국 선수 2명을 연달아 추월하며 선두로 나서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준서(맨 앞)가 같은 종목 준결승에서 헝가리 선수(이준서 뒤)와 충돌하는 모습. 두 선수 모두 이 과정에서 레인 변경 반칙을 범했다는 판정을 받아 탈락했다. /김지호 기자, 연합뉴스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은 다음 경기에서도 나왔다. 이준서는 준결승 2조에서 2위로 들어왔다. 스스로 깔끔하게 레이스를 펼쳤다는 생각 때문이지 결승선에 들어오면서 두 손을 들어 세리머니까지 했다. 그러나 심판진은 이번에도 비디오 판독을 통해 이준서가 헝가리의 류 사오앙(24)을 제치는 과정에서 레인 변경 반칙을 했다며 실격 처리했다. 류 사오앙이 이준서를 추월하려다 넘어졌는데 심판은 이준서에게 반칙을 선언했다. 이준서가 탈락하면서 3위로 들어온 우다징(28)이 결승에 진출했다. 류 사오앙은 구제를 받아 결승 무대에 올랐다. 한국 선수 2명이 실격되면서 원래 탈락이었던 중국의 리원룽과 우다징이 대신 결승에 오른 것이다. 박장혁(24·스포츠토토)도 준결승에 올랐지만 준준결승 도중 다른 선수와 부딪혀 넘어지는 과정에서 왼손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기권했다.

중국의 노골적인 홈 어드밴티지는 결승전에도 이어졌다. 결승에는 런쯔웨이와 리원룽, 우다징 등 중국 선수 3명과 중국계 아버지를 둔 헝가리의 류 사오린(27), 사오앙 형제 등 5명이 나섰다. 사오린이 결승선 바로 앞까지 런쯔웨이와 치열하게 다투면서 1위로 통과하며 극적으로 금메달을 따는 듯했다.

이번에도 심판이 개입했다. 비디오 판독 끝에 사오린에게 페널티 2개로 옐로카드를 주며 탈락시켰다. 심판은 몸싸움 과정에서 사오린을 팔로 잡아당긴 런쯔웨이에겐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았다. 2위로 들어온 런쯔웨이가 금메달, 3위로 들어온 리원룽이 은메달을 획득했다. 사오린의 동생 사오앙이 동메달을 걸었다. 중국 선수들은 김선태 중국팀 감독과 얼싸안으며 기뻐했다. 경기장을 찾은 500여 명의 홈 관중도 환호했다. 중국 취재진도 책상을 두드리며 기뻐했다.

AP통신은 “런쯔웨이가 논란이 많은 결승에서 살아남아(survived) 우승했다”며 “사오린은 레이스 후반 리드를 잡는 과정에서 런쯔웨이와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 런쯔웨이는 결승선에 다가서는 사오린을 붙잡았는데, 사오린이 여전히 선두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심판은 사오린에게 페널티를 줬다”고 보도했다. 금메달을 딴 런쯔웨이는 예선에서만 1위를 했을 뿐 준준결승부터 한 번도 1위로 골인하지 못했다. 준준결승에선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바퀴에서 다른 선수와 휩쓸려 넘어져 3위가 됐지만, 헝가리 선수가 페널티를 당하는 바람에 조 2위로 기사회생했다. 준결승에선 조 2위였다가 황대헌의 실격으로 조 1위가 됐고, 결승에서도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사오린이 실격을 당하면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런쯔웨이는 경기를 마치고 통역을 통해 “기본적으로 비디오가 모든 것을 말해줬다”고 말했다.

한편, 윤홍근 선수단장은 8일 오전 11시 메인미디어센터에서 7일 판정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레인 변경 반칙

뒤에 있던 주자가 선제 주자를 추월할 때 주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진로 방해 행위 등에 대해 주어지는 반칙이다. 안쪽으로 파고들 때 이러한 반칙을 엄격하게 잡아내면서, 아웃코스로 갔다가 다시 인코스로 들어와 추월하는 일명 ‘호리병 주법’이 많이 사라졌다.

/베이징=송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