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 中 데려간 '반칙왕' 왕멍, 한국선수 향해 막말
송태화 입력 2022. 02. 07. 21:32 수정 2022. 02. 08. 01:11
밀치기 등 노골적인 반칙 행위로
국내에서 '반칙왕' 별명 얻어
이번엔 해설로 한국 선수들에게 막말
안현수 중국대표팀에 영입하기도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해설자로 나선 중국의 전 쇼트트랙 선수 왕멍(38)이 경기 도중 넘어진 한국 선수를 조롱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국적을 떠나 평정심과 페어플레이라는 스포츠맨십을 크게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한때 한국의 ‘쇼트트랙 황제’로 군림했던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을 중국 대표팀으로 이끈 당사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그와의 인연도 재조명되고 있다.
왕멍의 막말은 지난 5일 쇼트트랙 혼성계주 준준결승 1조 경기 도중 터져 나왔다. 당시 한국은 최민정, 이유빈, 황대헌, 박장혁 네 선수가 한 조를 이뤄 중국, 폴란드, 이탈리아와 경쟁을 펼쳤다. 왕멍은 중국 중앙TV(CCTV)의 해설을 맡았다.
마지막 2바퀴를 남겨두고 박장혁이 코너를 돌던 중 스케이트 날이 빙판에 걸려 넘어졌을 때였다. 이를 리플레이 장면으로 지켜보던 왕멍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잘 넘어졌네”라고 중얼거렸다. 잠시 후 “저기 넘어진 선수 누구냐”고 혼자 되묻더니 “넘어졌네. 어쩔 수 없다. 어떻게 동정해줘야 할지 모르겠네”라고 말했다.
왕멍의 조롱 섞인 해설은 SNS를 통해 확산되며 온라인상에서 화제로 떠올랐다. 자국이랑 관계없는 국제경기임에도 노골적으로 반한(反韓) 감정을 드러내며 중립적인 위치에서 정보를 전달해야 할 해설의 의무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중국 내에서도 왕멍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 포털 시나닷컴에서 일부 누리꾼들은 “한국을 싫어하는 왕망의 진심이 나온 것” “한국 선수가 넘어졌는데 왜 잘된 것이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대로 아시아 라이벌이자 정치적 갈등이 있는 한국의 부진을 바라는 것은 해설진 역시 국민으로서 똑같다며 왕멍을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다.
왕멍은 한국과 악연이 깊은 선수다. 국내에서 그는 ‘반칙왕’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왕멍과 한국과 질긴 악연은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시작됐다. 당시 여자 1500m 결승에서 변천사는 진선유와 최은경에 이어 3위로 골인했다.
그런데 경기 이후 왕멍을 밀쳤다는 개운치 않은 판정이 나왔고, 왕멍에게 동메달을 내줘야 했다. 당시 리플레이 화면에서는 왕멍이 오히려 변천사의 허벅지를 왼손으로 누르는 모습이 나와 오심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변천사는 1년 뒤인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1500m 결승에서 3위로 골인했다. 그는 태극기를 들고 한국 응원단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세리머니까지 했으나 경기 후 심판들이 변천사가 왕멍을 밀쳤다며 실격을 선언, 메달을 놓쳤다.
왕멍은 2013년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에서는 박승희를 상대로 고의적인 반칙을 했다. 당시 박승희는 마지막 종목인 3000m 슈퍼파이널을 앞두고 총점 58점으로 왕멍(68점)에 이어 종합 2위에 올라 있었다. 월드컵포인트 1∼8위까지 출전하는 3000m 슈퍼파이널에서 박승희가 1위(34점)나 2위(21점)로 들어오면 왕멍을 크게 물리치고 우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왕멍은 자신이 순위권에 들지 못할 것을 예상하고 경쟁자인 박승희를 고의로 밀어버렸다. 한국이 우승한다면 박승희가 종합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비겁한 행위였다. 왕멍은 당연히 탈락했지만, 박승희도 6위에 머무는 바람에 종합우승은 왕멍에게 돌아갔다.
왕멍은 다소 과격한 표현으로 경기를 해설하며 중국 내에서도 논란을 몰고 다니는 중이다. 중국이 혼성계주 금메달을 차지할 당시에는 “내 눈은 정확하다”면서 비디오 판독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해설로서 격식이 없다는 비판과 함께 “패기 있는 해설”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에서는 ‘왕멍 해설’이 인기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왕멍은 안현수를 중국 대표팀에 영입하는 과정에서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왕멍이 중국빙상경기연맹과 안현수 사이에서 ‘오작교’로 활약했다는 후문이다. 왕멍이 2018년 안현수에게 중국대표팀 코치직을 제안했고, 이에 안현수가 고민 끝에 2020년 은퇴 후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왕멍과 안현수는 2002년 주니어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에서 처음 만나 꾸준히 교류하며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현지매체 ‘펑파이’는 “안셴주(安賢洙·안현수의 중국식 발음)는 2020년 4월 28일 공식 은퇴를 선언하기 전부터 중국 대표팀과 자주 교류했다”며 “2019년에는 겨우내 중국에서 훈련했고,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던 왕멍이 그에게 공식적으로 코치 자리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왕멍의 추천으로 중국으로 향한 안현수는 한국, 러시아에 이어 다시 한번 쇼트트랙 영웅으로 거듭났다. 중국은 지난 5일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2000m 혼성계주 결승에서 2분 37초 34의 기록으로 이탈리아를 제치고 우승했다. 안현수의 보수는 연 300만 위안(약 5억1000만원)으로, 우승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추가될 전망이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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