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올림픽, 17일간 열전 마무리하고 20일 폐막, "4년 뒤 이탈리아에서 만나요"
한국 선수단, 빙상 최강국 다시 입증, 금메달 2개 포함 소치 올림픽 타이
2026년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서 재회 약속
편파 판정, 발리예바 도핑 파문, 열악한 경기 환경 등 최악의 올림픽 기억
2022년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20일 폐회식을 끝으로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지난 4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베이징에서 열린 지구촌 겨울 스포츠 축제에 91개 나라, 2천900여 명의 선수들이 출전해 7개 종목 109개의 금메달을 놓고 경합을 벌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아이티 등 더운 나라에서 처음으로 동계올림픽에 출전했고, 출전 선수의 여자 선수 비율은 2천892명 중 1천314명(45.4%)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은 6개 종목에 선수 63명을 포함한 임원, 코로나19 대응팀 등 총 124명의 선수단을 베이징으로 보내 금메달 2개와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를 따내며 최종 메달 순위 14위를 기록했다.
◆한국, 어려움 속 선전
한국 선수단의 목표는 금메달 1, 2개 획득이었다. 코로나19 여파가 2년 연속 이어진 데다 빙상 종목이 각종 사건들로 내홍을 겪으면서 기대치를 낮춘 것.
하지만 한국 선수단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하면서 선전했다.
쇼트트랙에서 금 2개와 은 3개를 획득했고, 스피드스케이팅에선 은 2개와 동 2개를 목에 걸었다.
한국 쇼트트랙은 대표팀 전력 악화와 편파 판정 논란을 딛고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최민정은 심석희와 '고의 충돌' 논란, 험담 메시지 트라우마와 각종 부상을 딛고 여자 1,500m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쉬자너 스휠팅(네덜란드)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황대헌도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남자 1,000m에서 나온 편파 판정에 답답했던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뚫어줬다. 여자, 남자 계주에서도 은메달이라는 값진 성과를 올렸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 나선 차민규는 아무도 예상 못 한 '깜짝 메달'을 선물했고, 정재원은 평창 대회 매스스타트에서 이승훈(IHQ)의 페이스메이커를 맡았던 논란을 딛고 성장해 당당히 은메달을 차지했다.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남자 피겨 싱글 차준환이 한국 남자 선수로는 역대 올림픽 최고 순위인 5위를 차지했고, 여자 싱글 유영과 김예림(이상 수리고)도 각각 6위와 9위를 기록하는 등 남녀부 선수 모두 톱 10에 포함되는 성과를 남겼다.
이처럼 힘겨운 상황 속에서 선전을 하며 희망을 보여준 한국 선수단에는 박수를 보낼 만 하지만 이제 한국 동계스포츠계는 세대교체와 종목 다변화 등의 시급한 과제에 직면했다.
한국이 동계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 2개 이하를 획득한 건 1992년 알베르빌 대회(금 2, 은1, 동1),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금2, 은2) 이후 처음이다. 메달 순위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기록한 역대 최저 순위(14위)와 타이다.
직전 금 5개, 은 8개, 동 4개를 땄던 평창 대회 때 비교해봐도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이번 베이징 대회 때는 새로운 얼굴의 등장은 없었다. 오히려 여자 컬링, 남자 스켈레톤 등 과거 평창의 유산들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에서 동계스포츠 세대교체 역시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상처를 치료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년 뒤 열리는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를 비롯해 새로운 국내 유망주 발굴을 위한 움직임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
◆편파 판정과 도핑 파문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각종 논란으로 얼룩지면서 역대 최악의 올림픽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지면서 대회 개막 전부터 참가 선수들의 잇따른 코로나19 확진 발생, 미국과 영국 등은 중국 내 인권 상황을 문제 삼아 선수단은 파견하되 정부 대표단은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논란을 앉고 출발했다.
개회식에서는 한복을 입은 여성이 출연해 국내에서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한 반감이 일었다.
불만은 중국의 쇼트트랙 편파 판정에서 폭발했다.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과 이준서가 잇따라 이해할 수 없는 페널티를 받으며 탈락했고, 결승전에서 헝가리의 리우 샤오린 산도르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음에도 실격되면서 금메달은 결국 중국의 손에 들어갔다.
앞서 쇼트트랙 첫 경기였던 혼성 계주에서 중국은 준결승에서 터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심판이 눈감아 주면서 결승에 진출한 뒤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에서는 넘어지면서 탈락 위기 속에도 어드벤티지를 받아 결승까지 꾸역꾸역 올라왔다.
여기에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소속 피겨 천재로 칭송받던 카밀라 발라예바의 충격의 도핑 파문도 터졌다.
지난해 12월 러시아 국내 대회에서 금지 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된 발리예바는 CAS의 결정 덕분에 우여곡절 끝에 대회에 출전했으나 프리스케이팅 부진으로 4위에 그쳤다.
◆2026년 이탈리아에서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막을 내렸다.
20일 개회식이 열린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폐회식이 열렸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폐회식과 이번 대회 개회식 총연출을 맡은 중국의 유명 영화감독 장이머우 감독이 예고한 대로 무대 전체를 HD LED 스크린으로 꾸며 신기술을 바탕으로 신비한 분위기의 폐회식이 연출됐다.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은메달리스트 차민규가 맡았다. 앞서 개회식에서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곽윤기와 김아랑이 선수단 입장 기수를 맡았었다.
동계 올림픽에서 기량을 펼쳐보인 전 세계 선수들은 4년 뒤인 2026년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이탈리아는 1956년 코르티나담페초, 2006년 토리노에 이어 세 번째로 겨울올림픽을 개최한다.
기사제공 매일신문
김우정 기자 kw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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