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 “4000억 도둑질, 완벽하게 하자”… 대장동 일당, 불법 알고있었다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이미 사업의 불법성을 인식했고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근들과도 접촉했다는 등 새로운 내용이 담긴 녹취록들이 최근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 1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 사건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25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2014년 11월 5일 자 ‘정영학 녹취록’에는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 변호사가 정영학(천화동인 5호 소유주) 회계사에게 “4000억짜리 도둑질하는데 완벽하게 하자”며 “이거는 문제 되면 게이트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도배할 거다”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같은 달 남욱씨가 정영학씨와 하나은행 관계자를 만나 “무간도 영화 찍는 것처럼 공사 안에 우리 사람을 넣어 뒀다”고 말하는 내용도 녹취록에 나온다.
여기서 남씨가 지칭한 ‘우리 사람’은 자신의 대학 후배이자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파트장으로 일했던 정민용 변호사를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민용씨는 화천대유에 각종 특혜를 주고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돼 남욱·정영학씨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해당 녹취록들은 검찰도 확보하고 있다.
성남시가 대장동 민관 합동 개발을 선언한 것은 2014년 12월이고 성남도개공이 대장동 사업자 선정 절차를 진행한 것은 2015년 2월이다. 2014년 11월에 이뤄진 녹취 내용대로라면, 대장동 일당이 사업자 공모가 있기도 전부터 향후 자신들이 불법적으로 얻을 이득을 정확히 계산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대장동 일당’은 분양 이익을 제외하고 배당 이익으로만 4040억원을 챙겼다.
특히 이들은 2014년 6월 4일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하자 이미 자신들이 대장동 사업자로 선정될 것을 확신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6월 29일 자 ‘정영학 녹취록’에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2014년 정진상(현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 부실장)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 김용(현 민주당 선대위 조직부본부장) 당시 성남시의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의형제’를 맺었다고 하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됐다. 당시 대화에서 남욱씨는 정영학씨에게 “정 실장과 김용, 유동규, 김만배, 이렇게 모여 갖고. 네 분이 모여서 일단은 의형제를 맺었으면 좋겠다고 정 실장이 얘기했고 그러자고 했다”며 “만배형이 처음으로 정 실장에게 대장동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한 법조인은 “대장동 일당 스스로도 ‘4000억원짜리 도둑질’이라고 했는데 서울중앙지검은 배임 액수를 1827억원으로 산정했다”면서 “제대로 수사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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