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러시아 꽉 잡고 있었는데… 한국차로 튄 ‘불똥’

감투봉 2022. 2. 28. 07:28

러시아 꽉 잡고 있었는데… 한국차로 튄 ‘불똥’

 

기사입력 2022.02.28. 오전 12:03

미 경제제재로 당분간 수출 애로
현대차 러시아 현지생산도 차질
쌍용차는 우크라서 원자재 조달
현대자동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현대차 홈페이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상대로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가 강력한 경제제재를 가하면서 한국 자동차 업계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한국이 러시아에 수출하는 품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승용차다. 대(對)러시아 수출에서 25.5%나 된다. 자동차 부품의 비중은 15.1%다.

미국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러시아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자동차 업계 수출은 당분간 위축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은 외국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이라도 제조 과정에서 미국의 소프트웨어·기술·장비를 사용했다면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강력한 제재 조항이다. 미·중 갈등 당시 미국이 중국 화웨이에 타격을 주기 위해 꺼냈던 카드이기도 하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을 때 서방측 제재로 이듬해 한국의 러시아 승용차 수출은 62.1%, 타이어 수출은 55.7% 급감했었다.

자동차 부품업체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한국 업체들이 지난해 러시아에 수출한 자동차 부품 규모는 약 15억 달러(약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자동차 부품업체 입장에서 러시아는 미국 중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러시아로 수출한 자동차 부품의 90% 이상은 현대차·기아의 현지 공장으로 납품된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는 수출 물량을 다른 시장으로 돌릴 수 있지만, 부품업계는 그럴 수 없어서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출뿐만 아니라 러시아 현지 생산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현대차는 2010년 준공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연간 약 23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1200㎞ 떨어져 있다. 물리적 피해를 볼 가능성은 작다. 대신, 유럽에서 상당 부분의 부품을 공급받고 있어 생산 차질을 피하기 어렵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기아 205801대, 현대차 171811대를 판매해 현지 자동차 브랜드인 라다에 이어 2위, 3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러시아 권역에서 전년 대비 5.8% 성장한 455000대를 판매 목표로 세웠지만, 이번 사태로 달성이 쉽지 않게 됐다. 자동차산업협회는 전면전으로 확대하면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러시아 현지 자동차 내수판매 규모가 약 29% 감소한다고 전망했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러시아 공장은 분쟁지역과 멀어 직원들이 대피할 필요는 없지만, 경기 위축과 루블화 약세가 우려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쌍용자동차도 ‘러시아 제재’의 영향권에 있다고 본다. 쌍용차는 현재 협력사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알루미늄 등 원자재를, 인접 국가인 슬로바키아에서 조립용 부품을 공급받고 있다. 사태가 악화돼 국경이 폐쇄되면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된다.

이용상 기자(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