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더 심해진 국민분열증 치유를”
중병(重病)을 앓는 사람은 먼저 건강을 되찾아야 일할 수 있다. 특히 사회적 질환은 환자가 의사가 되어 스스로 병을 진단·치유하는 방법밖에 없다. 지금 우리를 아프게 하는 병은 ‘국민 분열증’이다. 이 병을 고치지 못하면 국가가 생명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조선왕조 말기 역사가 남겨준 교훈이다.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정부는 그 병을 더 심화시켰다. 국민통합은 선언으로 그쳤고 오히려 더 중환자로 만들고 말았다. 지난 3‧1절 기념식에서도 ‘DJ정부에서 민주주의가 시작되었다’는 역사 해석을 내렸다. 운동권 민주주의는 그랬을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들은 전두환 정권과 더불어 권력정치는 끝나고, 노태우 정부를 거쳐 YS정부부터 법치국가로 진입했다고 생각한다. 정치이념을 위해 사실까지 왜곡해서는 안 된다.
새로 선출된 정부는 이렇게 뿌리 깊은 ‘국민 분열증’부터 치유해야 한다. 그리고 이 문제는 국민 전체의 의식구조 변화까지 요청한다. 무엇이 그 치유의 길인가. 대통령과 정부는 물론 지성을 갖춘 국민 모두가 과거로부터 주어진 고정관념이나 정치이념을 포기하고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이념과 가치관을 창출해야 한다. 정신적 자유가 민주주의의 원동력이라는 것은, 사회는 항상 새로이 창출되는 이념을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좌우의 대립이 진보와 보수의 이념으로 승화되면서 공존한 것도 그 하나의 세계사적 과정이다.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국민의 시급하면서도 중요한 요청은 열린 다원사회다. 새 정부는 국민의 자율적인 성장과 질서를 뒷받침하는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국민 수준이 정치인보다 앞서 있기 때문이다. 집값을 법으로 통제·규제하는 부담과 고통을 국민들에게 안겨주지 말고 시장 질서와 주택공급 정책이 순리대로 점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싸워서 이기면 정의가 되고 패자는 복종해야 한다는 정책을 고수한다면 권력구조의 악습을 극복하지 못한다. 문재인 정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길을 택했다. 그 정권의 동반자인 민주노총과 추종 세력은 아직도 그런 논법을 답습하고 있다. 중병이다. 더 위험한 것은 대화를 거부하고 폭력을 일삼는 악습이다. 대화로 우리 모두를 위해 앞으로 무엇이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모색·협력하는 것이 민주정치의 최선이다.
국민은 새로운 대통령이 그 모범을 실천하여 과거의 병폐를 불식시켜 주기를 요구한다. 대통령의 인격과 신념이 확고하다면 애국시민은 사심 없이 따르는 법이다. 우선 지도자는 정직해야 한다. 정직은 말이 아니고 실천이다. 정치는 결과로 평가되는 것이지 말재간의 열매가 아니다. 우리는 언행이 다른 지도자를 원치 않는다. 정치적 실적을 과장하거나 ‘내로남불’의 행위를 서슴지 않았던 지도자가 두 개의 잣대로 위선을 감행하는 태도는 국민의 불신과 배척을 자초할 뿐이다.
민주정치는 정의의 가치와 질서를 떠나서는 존속하지 못한다. 정의는 권력의 산물이 아니다. 러시아 푸틴이나 공산정권들이 그 길을 택했기 때문에 세계와 인류가 공분을 느끼고 있다. 정의는 더 많은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위한 필수조건이지 정치상품이나 구호가 아니다. 그동안 지도자들이 정의 구현을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왜 정의는 사라져 버렸는가. 편 가르기로 불신을 만들었고, 정권 다툼은 진실을 역행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민주주의를 염원했다면 국내‧국제 무대에서 상치되는 가치관으로 국제적 불신과 고립을 자초하진 않았을 것이다. 젊은 세대마저 정치의 수단으로 삼는 사회악을 저지른 사람들이 누구였는가.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축하한다. 국민들은 그가 검찰총장일 때 대한민국 헌법정신을 위해 헌신하는 것을 보았다. 윤석열 당선인이 넓은 아량과 사심 없는 애국심으로 국민을 통합할 것이라고 믿는다.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국민의 갈망은 언제나 하나였다. 어디에 살며 무슨 일을 하든지 어떤 위기에 직면하든지 우리는 원팀이다.
새 정부 지도자들은 ‘죽더라도 거짓말은 하지 말자’는 도산 안창호의 뼈저린 호소를 국민과 함께 실천해야 한다. 지도자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아집과 독선을 버리고, 국민은 국가의 앞날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아 협조한다면, 대한민국은 건강한 새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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